산의 높이는
등산을 시작할 때는
잘 체감이 되질 않는다.
다리의 힘은
아득한 높이도 발아래 두기 일쑤이다.
때문에 아무리 높은 봉우리도
등산을 시작할 때는
그렇게 아득해 보이지 않는다.
산을 올라갈 때도
또 정상에 올랐을 때도
산의 높이가 체감되지 않기는 마찬가지이다.
산의 높이가 체감되는 것은
내 경험에 의하면
산을 다 내려왔을 때이다.
언젠가 울릉도의 성인봉에 올랐다.
내려오기는 나리분지로 내려왔다.
분지에서 올려다본 산봉우리는
그제서야 아득했다.
산의 높이는 눈으로는 체감되지 않는다.
올랐다 내려왔을 때
드디어 눈이 바라보는 산의 높이를
몸이 체감하기 시작한다.
높이란 그렇다.
몸이 높이를 힘겹게 가졌다 내려놓았을 때
높이란 비로소 체감된다.
구름은 가볍게 몸을 걸치고 있었지만
나리 분지에서 올려다보는 모든 봉우리는
하나같이 아득해 보였다.
몸에 체감된 높이였다.
2 thoughts on “산과 높이”
터덜터덜 내려와서 뒤돌아봤을 때 비로소 저길 어떻게 올라갔다 왔을까 하는
순간들이 몇 번 있었습니다. 물론 시작하기도 전에 높이에 압도된 적도 한두 번
있긴 했습니다만. 요즘은 고도계 앱으로 일단 출발 지점의 높이를 확인하니까
조금 재미가 생겼는데, 여전히 산 앞에 서면 힘들겠구나 하는 엄살이 먼저
튀어나오고, 하산하면 그래도 잘했다 싶은 생각이 들곤 합니다.
산은 어찌보면 높이는 힘겹게 올라야 하며, 가장 높은 곳에선 오래 머물 수 없다는 걸 알려주는 곳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결국 우리가 살아야 할 곳이 낮은 곳이란 걸 알려주는 곳이 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