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피고 지지만 여전히 살아 있다

Photo by Kim Dong Won
2006년 7월 24일 일산 호수공원에서

꽃은 피고 진다.
장미도 꽃이라서 피고 진다.
꽃몽오리가 잡히고 그 꽃몽오리가 벌어지면서
장미는 서서히 꽃의 모양을 잡아 간다.
꽃의 모양을 잡았을 때
장미는 종종 동심원으로 퍼져 나가는 물결이 된다.
꽃잎 하나가 물결 하나를 이루고,
꽃잎 둘이 그 뒤를 따르는 또다른 물결이 된다.
그때쯤이면 우리들은 모두 그 물결에 시선을 빼앗긴다.
장미의 꽃잎이 물결을 이루며 퍼져 나갈 때
우리의 시선은 그 물결의 한가운데로 풍덩 뛰어들고 싶을 정도로
그 꽃에 깊이 매료된다.
그러다 꽃잎이 진다.
하나 둘 꽃잎이 지면
꽃받침과 그 위의 암술과 수술이 훤하게 세상에 드러난다.
남은 꽃잎도 이제 곧 지고 말 것이다.
꽃이 피고 지는 것은 죽고 사는 문제는 아니다.
때문에 꽃이 져도 장미는 여전히 살아 있다.
그러나 우리들 사람들에게 있어 꽃은 곧 꽃잎이다.
그래서 그 꽃이 줄기를 잘라 화병에 꽂아둔 장미였다면
사람들은 꽃이 지자마자 화병에서 그 줄기를 뽑아버린다.
꽃은 졌지만 그 줄기는 아직 버젓이 살아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꽃이지면 장미를 버린다.
뿌리를 땅에 두고 있어도 꽃이진 장미의 운명은 그다지 밝지 못하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장미에 시선을 주지 않는다.
줄기가 버젓이 살아있고, 그 줄기의 잎사귀가 여전히 푸르지만
사람들은 꽃이 없는 장미에겐 시선의 혜택을 베풀지 않는다.
올해도 장미가 피고 졌다.
피고 지는 것이 죽고 사는 문제는 아니지만
꽃이 필 때 장미는 살고,
꽃이 질 때 장미는 죽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람들도 사실은 그와 비슷하다.
사람들은 그냥 살려 하지 않고 무엇인가 장미처럼 꽃을 피우려 한다.
그건 쉽지가 않다.
그래서 절망한다.
그러나 꽃이 졌다고 장미의 삶이 끝난 것은 아니다.
올해도 장미가 피고 졌으며, 장미는 여전히 죽지 않고 살아있다.

Photo by Kim Dong Won
2006년 9월 16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8 thoughts on “꽃은 피고 지지만 여전히 살아 있다

    1. 안타깝게도 모르겠는데요.
      제가 본 장미 색깔은 붉은색, 노란색, 흰색, 분홍색 정도 였던 것 같습니다.
      일산의 호수공원이나 능동의 어린이 대공원에 가면 장미 꽃밭이 있기는 한데 6월 중순쯤 되어야 만개하지 않을까 싶어요.

  1. 전 장미가 좋아요
    흑장미
    푸른장미
    붉은장미
    하얀장미
    장미의 색깔은 여러가지죠
    여러가지 종류의
    장미들을 나중에 다 모아서 꽃다발을 만들어 볼 것이에요.

  2. 제마음이 오늘 너무 넘슬퍼요.~!
    제 블로그에 장미꽃 사진 못보셨지요.
    장미 가든을 운영했었지요. 장미라는장미는 제손에 걸려들었담 모두찍혔지요.
    꽃은 피되 지지않을순 없는지…… 가까운이에게 권태로움을 느끼게될때는
    어찌 극복하시는지요.~
    너무 생뚱맞은 질문.넘 넘……..저…….기분이 .. 바닥에 떨어져서 위로가 필요해요.~

    1. 바람 피지요, 뭐.
      그러다 바가지 긁히고.
      사람 사는 인생이 다 비슷비슷.
      어떻게 위로를 해드려야죠.
      바람피라고 권할 수도 없고…

  3. 전 꽃이 졌다고 슬퍼하지 않는답니다.
    얼마든지 더 아름답게 피울수 있을테니까.
    아니 다시 피우지 못한다해도
    최고로 아름다웠던때가 존재했었다는것 만으로도
    만족하니까요.^^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