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의 숨겨놓은 하나

Photo by Kim Dong Won
2014년 8월 5일 인천 영종도의 마시안 해변에서

장갑은 다섯까지는
충분히 셀 수 있었다.
해변에 버려진 장갑 하나,
딱 넷까지만 세고
나머지 하나는
모래 속에 묻어두었다.
장갑은 손가락을 숫자 세는데
다 쓰고 싶지는 않았나 보다.
그래, 숫자를 잘 가늠하여
내 이익을 계산하고,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겠지.
하지만 숫자로 재단되는 삶에
손가락 다섯을 모두 내주기 싫은 것이
또 우리의 인생이기도 하지.
나는 궁금해졌다.
장갑이 묻어둔
그 하나는 무엇이었을까.
난 혹시 때가 되었을 때
숫자에 관계없이
네가 최고라며
누군가를 향해 들어줄
엄지는 아니었을까
짐작을 했다.
근데 숫자는 보통
손가락을 접으면서 세는데
나는 왜 펴진 손가락을 보며
숫자를 넷까지 세고
나머지 하나는 감추었다고
생각했는지 그건 좀 의문이었다.

4 thoughts on “장갑의 숨겨놓은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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