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가고 있었다.
함께 뒹굴면 뒹굴수록
푸르름이 더 진하게 더해지던 계절이었다.
6월의 염천에도 마음을 들끓게 하던 계절이었다.
8월의 초순을 넘기면
보내야 하는 계절이기도 했다.
그 아쉬움에
아직 한낮의 바람끝에 남아있는 훈기를
바짓가랑이 잡는 심정으로 붙잡으려 했지만
해가 꺼지고 나면
바람의 훈기도 해와 함께 모두 저물었다.
비는 확실한 냉기로 나뭇잎을 두들기며
여름에 대한 아쉬움을 버리라고 재촉했다.
나뭇잎의 손은 이미 변색되어 있었다.
하나둘 받아둔 가을색이
이미 손의 반을 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한쪽으로 몰리는 기색이 역력하면서도
여름색 또한 아직 그 손에 남아 있었다.
비는 이제 그것마저 놓으라고 했다.
때로 여름을 놓지 못하는 나뭇잎이
반쯤 온 가을을 손에 들고
그리고 또 여름 또한 놓지 못한채
비가 흩뿌린 길로 나뒹굴었다.
두 계절을 모두 살 수는 없었다.
때로 어느 나뭇잎에선
여름과 가을의 두 계절이
순차적으로 왔다가 가질 않았다.
두 계절이 모두 반반씩 나뭇잎을 채웠을 때
나뭇잎은 그 두 계절로 한해를 마감했다.
그때 비가 내린 길에 그 나뭇잎이 떨어져 있었다.
4 thoughts on “잎의 두 계절”
무슨 발라드인가 하는 BGM과 함께 김세원씨나 정세진씨의 목소리로
읽어주면 딱 좋은 글이네요.^^
날이 흐려서 오늘 분위기랑 아주 잘 맞는 것 같습니다. ㅋㅋ
아따 진하게 울리는 글이내요.^^.
마침 비가 내려서 분위기 돋궈주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