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산은 올라가는 길이 여러 갈래이다.
우리는 올라갈 때는 가파르지만 짧은 코스를 택했다.
내내 숲과 함께 가야 하는 코스이다.
내려올 때는 계곡을 끼고 있는 긴 코스를 택했다.
계곡이 있으면 발을 담그고 쉬었다 가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우리는 그 즐거움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항상 그렇지만 아이들과 산에 오르면
아이들과의 대화가 또다른 즐거움이다.
이번에도 그 즐거움은 예외가 아니었다.
이제 정상에서부터 아래쪽으로 내려가 본다.
우리는 모두 함께 정상에 올랐다.
정상은 함께 오르면 더더욱 뿌듯하다.
그 함께가 가족일 때는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산을 오르면 그 시간만큼 가족애가 쌓인다.
산을 오르면서 가족애를 쌓으면 산처럼 흔들림이 없다.
송선자 홍순일 부부.
억새나 갈대는 끊임없이 흔들린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억새는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것이 아니라
일제히 같은 방향으로 몸을 눕힌다.
그 때문에 고개가 아예 그 쪽으로 꺾여 있다.
알고 보면 억새의 마음은 한결같으며 변함이 없다.
사랑이 깊은 부부도 그와 같을 것이다.
찍사는 찍는 것은 잘하는데
찍히는 것은 잘 못한다.
누나는 아무리 어린 누나라고 해도
그 속에 엄마의 마음을 갖고 있다.
하은이가 진표의 얼굴을 닦아줄 때
우리는 하은이 속에 있는 엄마의 마음을 본다.
그해 가을의 억새밭은 즐거웠네.
가을에 음악을 빠뜨릴 수 있나요.
하은이가 억새 피리를 연주하니
하은이네 가족을 둘러싼 억새들이
모두 하얗게 춤을 추었죠.
가을에 억새밭에 서면
여자들은 모두 가을빛에 물든다.
아이의 손잡고,
서로의 눈맞추고.
부부에겐 아이도 소중하지만
서로의 사랑도 못지않게 소중하다.
아이의 손을 잡아주면서도
서로의 눈을 맞추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내려오다 계곡에서 한참 쉬었다.
신발벗고 물에 발을 담갔다.
계곡의 물에선
나뭇잎을 띄우면 그게 곧바로 나뭇잎배가 된다.
아이들은 나뭇잎배를 띄우며 즐거워했다.
진표는 나뭇가지도 띄워보려 했다.
나뭇가지는 곧바로 가라앉았다.
그걸 보고 홍순일씨는 진표가 잠수함을 띄웠다고 했다.
그러자 진표가 아주 큰 나뭇가지를 들고 왔다.
우리에게 그건 핵잠수함이었다.
홍순일이 소장한 걸작 ‘생각하는 여인’.
홍순일에겐 로뎅이 만든 걸작 ‘생각하는 사람’을 훨씬 넘어선다.
우후, 우리 모두 단풍의 물결 속으로 묻혀 봐요.
진표는 등산화를 보여주어야 한다니까요.
할머니께서 멀리까지 가서 사주신 아동용 등산화예요.
확실하게 자랑을 해두어야 한다니까요.
내려오는 길은 단연 진표가 앞장이었다.
우리의 시야를 벗어날 정도로 빨리 내려가던 진표는
어느 곳에서 걸음을 멈추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진표: 털보 아저씨, 제가 왜 이렇게 빨리 내려왔는지 아세요?
나: 아저씨는 모르지. 왜 그렇게 빨리 내려왔는데.
진표: 이렇게 아름다운 걸 보려구요.
진표가 서 있는 곳에선
단풍이 머리맡의 여기저기서 그 화려한 색을 펼치고
길에 서 있는 진표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진표는 그 아름다움에 물들어 있었다.
산을 내려온 뒤 이승재 채연숙씨 부부를 불러내서 함께 한잔 했다.
식당의 바깥에 모닥불이 있었고, 노래방 설비도 되어 있었다.
진표가 ‘곰 세마리’를 불렀다.
나는 곰 100마리를 채우고 가자고 했다.
진표는 20마리 가량 채웠다.
6 thoughts on “진표네랑 함께 한 유명산 산행 2 – 내려가는 길”
억새밭에서의 부부들 사진보면 신혼여행때 찍었던 사진이 생각나요.^^
사진사는 억새밭에서의 신혼부부에겐 꼭 뽀뽀를 시켰거든요.ㅋㅋ
뽀뽀 장면이 있기는 했는데
부부가 아니라 아들이 아버지에게 하는 장면이었죠.
찍지는 못했어요.
아들이 아버지를 어찌나 좋아하는지…
아들 하나 낳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니까요.
좋군요 지난번 창녕화왕산 갈대숲 좋더군요
그곳은 아주 유명한 곳이죠.
바다보니 바다에 가고싶더만,
가을 고운산을 보고있으니 갑자기 산에 가고 싶어집니다.
늘 많이 걷는 것을 안해본 저로서는 등산이 좀 힘이 들겠지만, 고운 이야기와 가을산, 고운 이웃과 함께한 풍광이 멋있습니다.
조금 낮은 산을 택해서 아침 일찍 산행을 시작한 뒤 하루 종일 걷는 것보다 쉬는 걸 더 많이 하면서 천천히 산을 가면 그다지 힘들지 않아요.
하늘이 노래지도록 산을 급히 오르는 건 별로 권하고 싶지 않아요. 그냥 중간쯤 오르다 내려와도 좋구요. 이번에 저희가 갔던 유명산은 산책로가 있어서 그 산책로만 한바퀴 도는 것도 괜찮을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