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평항 한쪽에서
한 아저씨가 낚시를 한다.
항엔 어둠이 시커멓게 덮여 있었다.
그 어둠 속에서 내 카메라가
아저씨를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카메라는 어둠 속에선
지켜본 모든 것을 기억하진 못한다.
카메라가 30초 동안 아저씨를 지켜보는 동안,
팔짱을 낀 연인이 카메라 앞을 지나갔다.
그러나 카메라는 어둠 속에선
움직이는 것들을 기억하지 못한다.
연인들은 카메라의 기억 속에선 지워지고
내 기억 속에만 남았다.
카메라가 아저씨를 기억하는 것은
아저씨가 30초 동안 아저씨의 자리에서
거의 꼼짝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30초 동안 자전거를 탄 또 다른 아저씨가
낚시하는 아저씨의 곁을 지나쳤다.
카메라는 자전거의 불빛만 지나간 궤적으로 기억해 두었을 뿐,
자전거와 그 위의 아저씨는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낚시하는 아저씨의 낚싯대 끝에선 푸른 반딧불이 흔들렸다.
카메라는 그 불빛만큼은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반딧불이 흔들리면 물고기가 덥썩 미끼를 문다.
그때면 아저씨가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켜 낚싯대를 잡는다.
그러나 물고기는 반딧불을 놀리면서 그냥 미끼를 지나쳤다.
아저씨는 일으켰던 몸을 다시 자리로 내려놓았다.
아저씨의 옆에선 굳건한 컨테이너가
쌀쌀한 바람을 막아주고 있었다.
무려 30초를 함께 지켜보았지만
카메라가 기억하는 것과
사람이 기억하는 것은 많이 다르다.
카메라는 기억을 뭉개면서
궁평항의 한켠에서 낚시하는 아저씨를
미적으로 기억하며 정적으로 새겼으나
내 기억은 그것보다 선명하고 동적이었다.
2 thoughts on “궁평항의 낚시꾼”
의자 등받이 높이가 제법 장기전을 치룰 여건이 되어 보이는군요.
컨테이너 줄무늬에 어울리도록 파스텔톤 칠한 방파제도 색달라 보여요.
그 방파제 색은 사실 저도 못본 부분이예요. 사진을 본 분들이 다들 그 방파제 색을 얘기하던데 어찌나 어두웠는지 항구에서는 보질 못했었요. 그건 제가 아니라 카메라가 용하게 봤더라구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