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분 그림자

Photo by Kim Dong Won
2014년 10월 19일 서울 암사동에서

창에 화분 그림자로
그림을 그려놓은 집이었다.
밤이 오고 방에 불이 켜지면
화분은 빛의 힘을 빌려
제 그림자를 창쪽으로 밀고
잠시 환한 창에
까만 윤곽을 살리며 그림을 그렸다.
돌아올 때 다시 보니
창에 그려놓았던 화분의 그림은
이제 어둠에 묻혀 있었다.
화분은 밖에 어둠이 오고
안에 불이 켜지면
그때만 잠시 그림을 그렸다가
불이 꺼지면 그림을 까맣게 덮어두었다.

2 thoughts on “화분 그림자

  1. 어렸을 때 눈에 대고 찰칵 불을 켜면 그림이 보였던 장난감 영사기 같습니다.
    다음 장면은 뭐가 나왔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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