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첫째날 저녁, 나는 한양대의 백남음악관에 있었다. 그곳에선 유재하 음악제가 열리고 있었다. 무려 600팀이라는 응모팀 가운데서 예선을 거쳐 올라온 본선 10팀이 경연을 펼쳤다. 친구 딸이 그 본선 진출팀 중 하나의 일원이었다. 세 명으로 팀을 꾸린 친구 딸은 작곡과 작사에다 피아노 연주까지 맡았다. 친구 딸은 장려상을 받았다. 상금이 100만원이었다. 친구 딸의 무대를 열렬히 응원해 주었음은 물론이다.
나는 공연이 시작되기 전 사진을 한장찍고 그것을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올렸다. 아이폰에서 직접 올리긴 했지만 사실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올려진 사진은 원본이 아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선 사진 처리 엔진을 이용하여 올라오는 사진을 해당 사이트에 맞게끔 재조정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원본에 있던 많은 정보들을 제거해 버린다. 때문에 원본과는 질적으로도 차이가 나고, 아울러 그 사진은 겉으로 보게 되는 정보 이외에는 어떤 정보도 갖고 있질 않다.
가령 내가 올린 사진의 무대에선 25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가 이곳에서 벌어지고 있음을 알리는 글자가 화면에 비치고 있다. 때문에 인터넷 검색을 이용하면 화면 내의 그 정보를 통하여 이곳이 어디인지를 알아낼 수가 있다. 하지만 사진 내에 그런 실마리가 없다면 이곳이 어디인지 알아내기는 어렵다.
원본의 경우에는 얘기가 크게 달라진다. 디지털 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각종 정보가 함께 포함되어 있다. 이를 EXIF 데이터라고 부른다. 원본은 정확한 EXIF 데이터를 갖고 있다.
그 EXIF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이 사진은 아이폰5로 찍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이폰에는 전면 카메라와 후면 카메라의 두 가지 카메라가 있는데 그것도 구분하여 이 사진이 후면 카메라로 찍었다는 것도 알려준다. 사진을 찍은 시각은 초단위까지 나온다. 이 사진은 그 정보에 의하면 2014년 11월 1일 17시 54분 37초에 찍혔다. 일반 디지털 카메라도 사진에 이런 정보를 내장하지만 시간을 카메라 내에서 맞추기 때문에 정확한 시각에선 어느 정도 빗나갈 수 있다. 스마트폰은 그렇질 않다. 시간을 시간 관할 서버에서 받기 때문에 그 정확도에 어김이 없다.
이렇게 제공되는 정보 중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사진의 위치 정보이다. 가령 유재하 음악제 사진의 경우 누구나 사진을 보고 사진 내의 실마리를 이용하여 검색을 하면 사진을 찍은 위치가 한양대의 백남음악관이란 사실을 알아낼 수 있지만 사진의 원본이 제공하는 위치 정보는 그 정교함으로 우리의 혀를 내두르게 한다. 백남음악관 사진의 경우 위치 정보는 내가 무대에서 보았을 때 음악관의 객석 오른쪽 구석진 자리에 앉아 있었다는 것을 그 자리에 빨간 핀을 꽂아서 정확히 표시해준다. 단순히 음악관의 위치만 알려주는 것이 앉아있던 위치까지 대강은 알려준다.
나는 가끔 나중에 이 위치 정보를 이용하기 위해 DSLR 카메라로 사진을 찍다가 아이폰으로도 한장 찍어두곤 한다. 그럼 아이폰의 사진은 그날 내가 사진을 찍은 위치를 정확히 기억해두었다가 알려준다. 아이폰은 내가 사진의 위치 정보를 기록해두기 위해 이용하는 GPS 기기이기도 하다.
가족과 함께 전주로 놀러갔을 때 숲과 구름이 어울린 사진을 한 장 찍었다. 그런데 나는 그 사진을 정확히 어디에서 찍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짐작은 갔지만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사진의 위치 정보를 보면 내가 그 사진을 경기전에서 찍었음을 명확하게 알 수 있다. 그것을 알게 된 순간, 그 날의 기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맞어, 이쯤에서 한참 동안 자리에 앉아 얘기를 나눴었지. 위치 정보는 단순히 사진을 찍은 위치만 알려주는게 아니라 그 자리의 기억도 선명하게 불러낸다.
아이폰 사진은 그냥 사진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아이폰 사진은 우리가 사진을 찍을 때 어디에 있었는지를 훤히 알고 있다.
2 thoughts on “아이폰 사진은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촬영시간 말고도 장소 지점까지 정확하게 짚어준다니 거 참 신기한 기능이네요.
언젠가 필요를 느낄 때 한 번 살펴봐야겠어요.
그건 그렇고, 유재하풍의 음악들이라 시종 들을만 하셨겠습니다.^^
초대권 얻기가 힘들지만 그래도 와서 선착순으로 서 있다가 남는 자리로 들어오는 친구들이 있더라구요. 이 음악제가 인기가 높구나 싶었습니다. 실험적인 음악도 있고 아주 좋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