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렇듯 나무들의 한해는
가지끝에 두었던 색색의 잎들을
가장 낮게 지상으로 내리는 것으로 마감되었다.
가지끝으로 싹을 내고
초록의 잎을 무성하게 키워 몸을 부풀릴 때만 해도
나무의 꿈은 멀리 하늘 높은 곳에 있는 듯했다.
나무가 잎을 손처럼 펼쳐
쏟아지는 빛을 그 손에 받고
그 빛으로 광합성인가 무엇인가를 하며
포도당을 만들어낸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더더욱 나무의 꿈이 하늘 높은 곳에 있는 듯했다.
그 때문에 가지 끝에서 잎이 물들 때쯤
그 색은 하늘에 바치는 경배처럼 보였다.
그런데도 나무는 한해의 끝에선 언제나
가장 높은 곳에 두었던 꿈을 버리고
가장 낮은 곳으로 몸을 눕히며
한해를 마감했다.
한해내내 하늘을 우러르며 가장 높은 곳을 살폈지만
하늘이 나무에게 일러준 것은
그 꿈을 하늘에 둔다면
하늘의 뜻을 따라
가장 낮은 곳으로 가라는 것이었을까.
매년 그렇게 하늘의 뜻과
겸허히 그 뜻을 따른 나무의 꿈이
낮게 지상을 뒤덮으며 한해가 마감된다.
2 thoughts on “낙엽이 된 단풍”
이즈음의 낙엽만큼 점점이 색색이 아름다운 것도 흔치 않은 것 같아요.
바라보기만 해도 좋지만 밟을 때마다 사각거리는 촉감도 기분 좋게 하지요.
한해를 마감하는 동시에 완성하는 친구들 같습니다.
동해가면서 보니 하남의 시냇물가에 서 있는 벚나무 단풍도 볼만하더군요. 지금은 거의 졌겠지만요. 단풍은 위로도 볼만하지만 떨어져 지상에 쌓인 풍경도 볼만한 듯 싶습니다. 색들을 구경하며 동해까지 갔더니 좋은 계절이다 싶더라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