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설적이게도 겨울은 볕이 가장 좋은 계절이다.
여름내 바깥만 어슬렁거리던 볕이
겨울이면 거침없이 베란다를 지나
거실 깊숙이 몸을 들이민다.
빨래도 며칠째
찾아들어가야할 옷장이나 서랍장을 잊고
햇볕 잘드는 거실에서 개인 몸을 서로 포갠채
볕의 따뜻함을 즐기고 있다.
나도 소파에 누워 몸을 햇볕에 내놓고 잠시 졸았다.
자는 동안 누군가 무게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따뜻한 이불을
조심스럽게 덮어주었나 했다.
막 눈을 붙였을 때 발치끝에 있던 햇볕은
다시 눈을 떴을 때 발치를 지나
거실 안으로 깊숙이 들어와 있었다.
조는 동안 몸을 넘어간 볕의 체온이
소매를 걷어놓은 맨살의 팔에 역력했다.
오후의 잠깐을 가장 투명한 몸에 안겨서 졸았다.
거실의 겨울은, 볕이 가장 좋은 계절이다.
2 thoughts on “볕과 겨울”
발치를 너무 오래 비춰주면 간지러워 단잠을 깨울까봐 물러난 모양이네요.
햇볕의 으~리! 사진에 초록색만 남기는 부러운 장난, 재밌는데요.^^
camera raw라는 사진 보정 기능을 일주일 정도 공부했더니 사진 파일을 마음대로 만질 수 있게 되었어요. 그래서 이건 초록만 남겨봤습니다. 소파에 누워 햇볕에 몸을 내놓고 있으니 정말 따뜻하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