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골목에 자전거가 한 대 서 있다.
초록색 자전거이다.
낡은 또 한대의 자전거가 옆으로 함께 서 있지만
항상 초록색 자전거만 눈에 확연하다.
색깔을 가진 자전거는 타고 달리면
색깔따라 계절을 펼칠 것 같은 상상을 불러다준다.
초록의 자전거는 타고 달리면
겨울에도 여름이 펼쳐지지 않을까 싶어진다.
이상하게 이 자전거가 서 있는 곳은
아래쪽으로 길의 가장자리를 따라
풀들이 여름처럼 푸르다.
자전거는 여름부터 계속 저러고 있다.
자전거가 달린지 이미 오래 되었음은
바람이 빠져 납짝해진 타이어가 말해준다.
그래도 자전거 곁을 지날 때마다 여름을 상상하게 된다.
때로 색이 계절을 붙잡고 놓아주질 않는다.
초록이 붙잡은 계절은 여름이다.
겨울 바람이 골목을 헤집고 다니는 쌀쌀한 날,
오늘도 잠시 초록색 자전거 옆을 지나며 여름을 상상했다.
2 thoughts on “초록색 자전거의 계절”
문득 자전거가 만취한 상태로 뿔을 세우고선 전봇대를 향해 들이받는 것 같은
상상을 해봤습니다. 날씨가 추워지니까 상상력도 차가워지는군요.^^
지나갈 때마다 사진을 찍어서.. 이 자전거 사진만 상당히 여러 장 되는 것 같아요. 매번 저렇게 바람빠진 상태로 있습니다. 결국은 블로그 포스팅까지 장식하게 되네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