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안과 안경

Photo by Kim Dong Won
2014년 12월 5일 우리 집에서

거의 평생을 인연없이 산 것이 있다.
안경이었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모니터의 글자가
정상 상태로는 흐릿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한 3년 정도를 모니터의 글자를 키우는 식으로 대처하며 안경없이 버텼다.
그러다 어느 해부터 책을 보거나
컴퓨터 화면에서 글을 읽을 때는 안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대신 모니터의 글자를 키울 필요는 없었다.
컴퓨터 모니터는 다시 정상적인 해상도로 돌아갔다.
한동안은 컴퓨터로 영화를 볼 때는 안경을 벗었는데
요즘은 영화를 볼 때도 안경을 써야 한다.
책이나 포장지 같은 것의 글자를 읽을 때만 불편하고
다른 때는 불편함이 없다.
멀리 보이는 풍경은 여전히 선명하다.
때문에 바깥에 나갈 때는 안경을 들고 가질 않는다.
하지만 이제 작업할 때는 안경없이는 어렵게 되었다.
난 안경이 내가 늙었다는 증거이다.
눈은 늙으면 가까운 것의 초점을 흐려놓는다.
사실 몸의 다른 부분도 늙었다.
머리카락은 검은 색을 내놓고 흰색 치장을 늘려가고 있다.
심장은 심하게 몸을 움직이면 노골적으로 통증을 호소한다.
천천히 걸으면 심장은 아직은 아무런 이상도 없다.
걸음 빠른 사람들과 보조를 맞추어 걸어야할 때가 가장 불편하다.
한해한해가 다를 정도로 늙어가고 있다.
그런데도 감각은 오히려 예민해지는 느낌이다.
몸이 감당하지 못하는 감각의 예민함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말인가.
안경너머 선명한 세상이 안경을 벗는 순간 흐릿해진다.
나이드니 선명한 감각과 흐릿한 현실을 순식간에 넘나들며 산다.

2 thoughts on “노안과 안경

  1. 춘추 아직 미령하옵신데..^^
    소신도 노안은 진즉에 찾아왔지만 아직 안경은 착용 안 하고 버티고 있나이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