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와 함께 늦은 시간에 동네의 대형 마트에 갔다가 장바구니에 막걸리 두 병을 챙겨넣었다. 둘이 식탁에 마주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해가며 막걸리 두 병을 나누어 마셨다. 즐겁고 행복했다. 문득 행복을 돈주고 사는데는 2천원이면 충분한게 아닌가 싶었고 천원 한장이 생기면 소주를 마시는 거리의 노숙자들이 가장 저렴하게 행복을 사는 방법을 터득한 인간들이 아닐까 싶었다. 노숙자가 자본주의의 패배자들이 아니라 행복을 가장 저렴하게 구입하는 법을 아는 자본주의의 궁극적 승자일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억대의 돈을 들여 집을 사고 그 집에서 와인잔을 들 때 그들은 단돈 2천원으로 우리가 수억대에 구입하는 행복을 산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같은 얘기를 올렸더니 누군가 행복에도 질적 차이가 있는 것 아니겠냐고 했다. 나는 질이란 종종 희소성이나 높은 가격으로 위로 받으려는 환상이자 강박일지도 모른다고 답해주었다. 2천원은 즐거움 뿐만이 아니라 생각의 깊이까지 가져다주는 느낌이다.
2 thoughts on “2천원의 행복”
저희도 마침 어제 김장을 해 저녁상에 막걸리 한 잔이 올랐더랬죠.^^
뻔한 애기겠지만, 행복비용에 마주앉아 함께 들이키며 시간을 수놓은
포님의 기회비용을 살짝 더하셔야 할듯 싶은데요.ㅋㅋ
그 분이 없었다면 2천원의 처량이 되었겠지요. ㅋㅋ (또 이런 생존의 기회를 환기시켜 주셔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