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백의 세상

Photo by Kim Dong Won
2006년 12월 9일 강원도 인제의 미시령에서

우리가
말에 어울릴 수 있는 세상을
볼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될까.
가령 순백이란 말에 어울릴만한 세상이 있다면
어느 때 그런 세상을 볼 수 있을까.
눈이 내린 어느 날,
강원도 미시령에 갔다가
나무의 잔가지들이 모두 빠짐없이
눈을 얹고 있는 풍경을 보았다.
눈내리고 나서
한 시간 정도 이내의 시간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한 시간이 지나고 나자
바람이 가지의 눈을 털기 시작했다.
눈이 내리고
아직 바람이 잠에서 깨어나기 전,
순백이란 말에 어울릴 세상을
그때 미시령에서 보았다.

4 thoughts on “순백의 세상

  1. 저 정도 눈이 쌓이려면 하늘이 뚫린듯 미친듯이 쏟아부었을 것 같습니다.
    눈폭탄을 견딘 나무들이 흔치 않은 순백을 이루었네요.

    1. 이런 풍경을 본다는게 쉽지가 않더라구요. 눈이 내릴 때 가야 하고.. 눈이 계속 내리면 찍기가 어렵고.. 눈이 시간 맞춰 그치면서 해가 나야 하더라는. 미시령 전체는 아니었고, 딱 한 지역에서만 볼 수 있었어요. ^^

  2. 저 눈… 바라보아도.. 만져보아도
    좋은 눈

    내린 눈보다는 내리는 눈에 마음이 가지만
    인적이 드문 곳에서의 눈은 그래도 좋습니다.
    동원님, 잘 지내시죠?
    내년에 한국 들어가면 연락드릴께요~~~^^

    1. 아이구, 반갑습니다.
      건강하게 잘 지내고 계시죠.
      내년에는 드디어 한국에 들어오는가 보네요. 한국 들어오면 한 열흘 정도로 일정 잡아서 술마십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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