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들은 주저 없이 물위로 뛰어내렸다.
물속에서 어른거리는 나뭇가지로
자리를 옮길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미 물속으로 잠입하여
나뭇가지에 자리를 잡은 낙엽들도 여럿이었다.
간혹 가지를 빗나간 나뭇잎도 있었지만
어쩐 일인지 나뭇가지에서 더 이상 멀어지질 않았다.
나뭇가지를 붙들고 버티다
어느 날 갑자기 바람에 등이 떠밀려
어디로 추락할지 모르는 운명보다는
훨씬 괜찮아 보였다.
바람이 흔들어 물결이 심하게 이는 날에도
물속의 나뭇잎들은 흔들림이 없었다.
지상의 나뭇가지에선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물속에서 어른거리는 나뭇가지와
이미 물속에 자리를 잡은 나뭇잎에 현혹되어
많은 낙엽들이 과감하게 물위로 뛰어내렸다.
그러나 그런 낙엽 중엔 한동안 물위를 떠돌다
영영 자리를 놓친 낙엽이 여럿이었다.
낙엽의 길을 틀어놓은 것은
물의 부력이라고 불리는 알 수 없는 힘이었다.
부딪쳐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것이 세상이었다.
2 thoughts on “낙엽과 나무 그림자”
맑고 잔잔한 정원 연못에서 깊고 그윽한 세상사 한 대목을 길어 올리셨네요.
그런데 이름엔 동쪽을 쓰시면서 와세다에선 서쪽(にし)을 거니셨나 봅니다.^^
년말연시라고 다들 쉬는 통에 공원들도 문을 닫더군요. 1월 3일까지 문을 닫는다고 하더라구요. 이 정원만 계속 문을 연데다가 숙소에서 10분거리라 매일 여기 둘러보는게 일과 중 하나였습니다. 와세다가 동쪽은 없고 서쪽만 있었습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