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굴식물과 창

Photo by Kim Dong Won
2015년 1월 7일 강화 교동도에서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의 창이
덩굴식물의 차지가 되었다.
사람이 있을 때는 엿보지 못했던 창이
이제 드디어 덩굴식물의 차지가 되었으나
불행히도 더 이상 창은 열리질 않았다.
창을 차지한다고 안을 들여다볼 수는 없었다.
덩굴식물은 창의 몸은 얻었으나
집의 마음은 얻지 못했다.
조금더 욕심을 부리면
어느 날 창을 뜯어내고 안을 엿볼 수 있겠지만
그때는 아마도 한때 마음이 서성거리던 방안이
텅비어 있음을 발견할 것이다.
때로 아득바득 무엇인가를 얻으려 한 길의 끝에서
빈손을 내려다보는 것이 우리의 삶 같았다.

2 thoughts on “덩굴식물과 창

  1. 처마밑까지 덩굴식물이 신이 났네요. 지붕까지 덮을 기센데요.
    뭐든 공존하는 게 아름다운 법인데, 다 휘덮어 버려 보기 싫다고 없애버리기 전에
    새 주인이 들어오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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