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나비

Photo by Kim Dong Won
2006년 9월 5일 중부내륙 고속도로의 영산휴게소 뒷길에서

나비는 꽃이 되고 싶었죠.
한자리에 지긋이 자리잡고
봉오리 한가득 꽃가루의 달콤함을 가꾸어가는
꽃의 한해가 부럽기만 했죠.
가끔 나비는 분주하던 날개짓을 접고 꽃에 앉아
가쁜 숨을 가라앉히며 한참 동안 쉬었다 가곤 했죠.
그때면 나비는 더더욱 그 자리에서 굳어져
그냥 꽃이 되고 싶었죠.
그 때문인지 그때마다 나비는 꽃이 된 듯 했어요.

꽃은 나비가 되고 싶었죠.
훨훨나는 그 비상이 부럽기만 했어요.
바람이 흔들고 지나가며
그 마음을 부추길 때는
더더욱 나비의 비상이 부러웠어요.
그때면 뿌리를 뽑아들고
그냥 온몸을 바람에 얹어 하늘로 날아오르고 싶었어요.
하지만 꽃은 알고 있죠.
자신의 속에 나비의 비상이 숨어 있다는 것을.
때를 기다리며 꿈을 잊지 않으면
꽃이 피던 그 자리에 하얀 비상의 꿈이 영근다는 것을.
그 때문인지 그 비상의 꿈은 씨앗이 아니라
하얀 나비라고 불러야 할 것 같았어요.

알고 보니 나비 속에 꽃이 있었고, 꽃 속에 나비가 있었죠.
꽃을 꿈꾼다는 것이 나비를 버리고 꽃이 되는게 아니라
알고 보면 나비 속의 꽃을 가끔 꺼내보며 나비로 사는 것이죠.
나비를 꿈꾼다는 것은
뿌리를 뽑아들고 하늘을 한번 날아보고 죽는 것이 아니라
꽃으로 살다가 가을쯤 비로소 꽃 속의 나비를 꺼내 하늘을 날고
봄에는 다시 꽃으로 사는 것이죠.
꿈이란 내가 아닌 다른 무엇으로 사는게 아니라
가끔씩 내 속의 꿈을 꺼내보며 오늘의 나로 살아가는 거죠.

Photo by Kim Dong Won
2006년 10월 3일 평창 선자령에서

7 thoughts on “꽃과 나비

  1. 꽃은 그대로 있는데
    나비가 날아가버렸어요.
    제 향기가 넘 진하였나봅니다.
    향기는 은은해야하거늘..포스팅과 관계없는 내맘데로 뎃글도 받아주오!
    요즘 제맘이 아파서……..흐느적~~~`
    못내 내탓이라고 가슴을 쳐보며……울수밖에……..

    1. 그 비밀은 바로 제 카메라가 좋아서라지요.
      또 렌즈도 비밀의 하나지요.

      예전에 저는 항상 “이상하다, 볼 때는 예뻤는데 왜 사진이 이렇게 나왔지”하고 투덜댔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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