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촌의 <바다>에서 술을 마셨다.
아는 이가 운영하는 주점이다.
주인은 친구들이 찾아온 이 늦은 시간의 바다는
밤바다가 되어야 한다며 안의 불을 꺼버렸다.
문은 더이상 열리지 않았다.
지나는 사람들이 가끔 창에 다가와 얼굴을 붙이고
어두운 실내로 시선을 들이밀고는
무엇인가 훑어가려 했지만
검게 채색된 사람들의 윤곽만 얻어갔을 뿐이다.
아마도 갸우뚱했을 것이다.
오늘 저 집에선 그림자들이 모여 술을 마시고 있어.
그렇게 우리는 평촌의 <바다>에서
모두 몸을 버리고 그림자가 되었다.
매일 납짝하게 바닥에 붙어
온세상을 쓸고 다녔던 우리들의 그림자는
간만에 납짝한 몸을 똑바로 세우고
잠시 그 평면의 운명을 벗어나 끝없이 술을 마셨다.
바깥의 불빛들은 세상으로 흩어져
희미하게 바다를 비추는 달빛이 되었다.
마시다가 주인과 친하게 지낸다는
바로 옆의 맥주집으로 건너가 잠시 락의 리듬에 몸을 실었다 왔다.
끝없이 이어지는 술자리의 시간을 이기지 못해
결국 주인은 의자를 몇 개 붙이더니 그 위로 뻗고 말았다.
배려가 세심한 친구 하나가
의자 하나를 더 집어다
허공으로 들린 주인의 다리를 받쳐주었다.
누운 몸 위로 자신의 외투를 덮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마시다가 가라고 했지만 갈 때 우리는 주인을 깨웠다.
술자리가 시작되던 저녁 여섯 시에
내가 자리를 털 생각으로 그어놓은 선은
밤 10시에 그어져 있었지만
실제로 자리를 일어섰을 때 그 선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새벽 3시 가까이 옮겨져 있었다.
집에 돌아오자 시간은 3시반에서 나를 맞아주었다.
술값을 건넸더니 주인이 택시값을 하라며 모두 돌려주었다.
잠깐의 싱갱이 끝에 우리는
주인이 건네는 택시값에서 만원만을 취하기로 합의를 보았다.
자리잡기까지의 얘기를 들었으며
언제나 그렇듯 술취한 주인을 보는 일은 즐거운 일이었다.
즐거움이 넘쳐 간간히 노래를 불렀더니
다들 제발 노래만은 부르지 말아달라고 애원했다.
도시의 한가운데서 밤바다를 지샌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4 thoughts on “평촌 <바다>에서의 술자리”
여기 예약하고싶어서그러는데 전화번호알수있을까요?
아직 하는가 모르겠어요. 너무 힘들어서 그만 둔다고 했거든요. 전화번호는 그냥 개인 전번밖에 없어요. 붐비는 집이 아니라서 그냥 가도 될 듯한데 계속하는지는 모르겠어요. 문닫는다고 해서 다들 아쉬워 했는데 얼마나 힘이 드는지 몸이 바싹 말랐더라구요.
ㅎㅎ 술이 흘러가는 밤바다에서도 님의 락풍 노랫소리를 다들 마다하신 걸 보니
조금 덜들 취하셨던 모양입니다.^^ 아홉 시간의 술자리.. 아주 가끔 끼게 되는
술자리는 정말 체력전이란 걸 실감하곤 합니다.
눈앞의 마감 원고만 없었다면 아마도 다음 날의 첫 지하철 시간까지 달렸을 듯 싶어요. 한명이 자꾸만 가자고 징징거려서 먼저 보내면서 이어간 술자리였습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