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을 짚은 낙엽

Photo by Kim Dong Won
2015년 1월 1일 일본 도쿄의 칸센엔 정원에서

손벌려도 손벌려도 잡히지 않는 것만큼
허무한 것도 없다.
눈앞에 무한히 널려있는데도 잡히지 않으면
더더욱 허무해진다.
허공으로 손을 벌리고 살아야 하는
잎의 운명이 대게 그렇다.
사람들은 잎에게
허공을 다 가졌다고 말하지만
잡히지 않는 눈앞의 허공은
종종 허무함이 된다.
단풍잎 하나,
아마도 못견디게 땅을 짚어보고 싶었을 것이다.
땅에 떨어진 뒤끝에서
손아귀에 분명하게 잡히는 촉감을 얻었을 것이다.
그 단단하고 분명한 촉감에
손을 부르르 떨었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낙엽이 떨어질 때
허무를 앓았지만
그게 낙엽에겐 마지막 충만의 시작이었다.

2 thoughts on “땅을 짚은 낙엽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