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어머님이 돌아가셔서
잠시 제천에 다녀왔다.
제천은 충북이지만
내 고향인 영월에서 30분 거리에 있다.
그 때문인지 제천까지만 가도 고향에 다 간 듯 싶다.
영동고속도로로 올라탄 버스가 문막을 지날 때쯤
차창 밖으로 풍경이 넓게 펼쳐진다.
고속도로와 국도,
그 위로 나란히 꼬리를 무는 자동차들,
가로수와 전봇대, 논둑길,
그리고 멀리 보이는 산들까지 모두가 함께 간다.
높이를 강둑의 밑으로 낮추어 보이지 않지만
섬강도 이곳을 함께 흘러간다.
내가 많이 좋아하는 구간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런 구간을 두고도
혼자가면 외롭다고들 한다.
종종 혼자가도 차창 밖으로 수많은 동행과 함께 한다.
그 많은 동행들을 너무들 무시하고
차를 타자마자 쿨쿨 잠만 잔다.
버스는 원주를 지나 중앙고속도로로 길을 바꿔타며,
그때부터 곧바로 치악산 구간을 지난다.
이번에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차창으로 치악산을 스쳐간다.
벌써 산의 품세가
서울 인근의 산과는 비교가 안된다.
치악산이 보이는 이 길을 수도 없이 다녔지만
사실 내가 다닌 익숙한 옛길은
아득한 높이로 기둥을 세워 그 기둥 위로 길을 얹고
산의 허리로 내달리고 있는 중앙고속도로의 아래쪽에 있다.
치악산의 품안을 이리 기대고 저리 기대며 갔던 길을
이제는 산허리로 지나며 스쳐간다.
치악산 가본지가 아득하다.
이번에도 내려가며 여느 때처럼
내년쯤엔 꼭 한번 들르마고 했다.
내가 가본 곳은 구룡사 계곡의 산행길이었지만
치악산을 지날 때마다
가보지도 않았던 상원사길마저 그리워지곤 한다.
차를 갖고 내려온 인천의 고향 친구가
집까지 태워다주겠다고 했지만
서울을 들려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각보다 크다며 끝내 마다하고
올라올 때도 버스에 몸을 싣고 혼자 올라왔다.
혼자 내려가고 혼자 올라왔지만
언제나처럼 혼자가 아닌 길이었다.
4 thoughts on “차창 풍경”
치악산을 다 보게 되네요.
상원사길은 저 같은 저질체력도 놀면서 쉬면서 가도 두 시간이면 올라갑니다.
구룡사길에 비하면 에스컬레이트급입니다.
들머리와 날머리가 달라 차를 가져가지 않을 경우는
등산로 초입(성남)까지 가는 버스가 자주 없습니다.
신림에서 내려 택시에 전화를 해서 타고 초입까지 가야 합니다.
봄날인데 두 분이서 다녀오세요.
치악산에 아주 훤하시네요. 고향에 내려갈 때마다 스처가는 산이라 아주 친숙해요. 올해는 못가도 내년에는 한번 가봐야지 하고 있습니다. ^^
도가 다른 영월과 제천이 그리 가까운 동네라는 게 서울 사람인 제겐
신기하기만 한데요. 그 치악산 상원사길 저랑 한 번 가시지요.^^
구룡사길은 길이 가파라서 좀 숨이 차더라구요. 상원사길은 길이 완만한데 대신 길다고 들었어요. 저는 완만하고 긴 산길이 좋더라구요. 1시간반이면 가는 거리라서 제일 만만한데 그걸 시간을 못내고 있네요. 언제 같이 가십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