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아이들을 잊지 않기 위한 공연이 마련되고 있다. 단원고 2학년 4반 박수현군이 남긴 버킷리스트가 계기가 되었다. 공연은 <열일곱살의 버킷리스트>라는 이름 아래 열리고 있다. 3월 8일의 첫 번째 공연에 이어 4월 19일날 홍대의 롤링홀에서 두 번째 공연이 있었다.
이번 공연은 단원고 2학년 3반 아이들의 이야기를 함께 들으며 그들을 기억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씨없는 수박 김대중은 일상의 애환을 그린 그의 노래를 불렀다. 가령 그가 부른 <300/30>은 보증금 300에 월세 30만원의 셋방을 찾아 헤매는 얘기이다. 그의 노래를 들으면서 문득 세월호 가족들이 잃어버린 것이 애환으로 살아도 견딜 수 있었던 일상이 아닌가 싶었다. 김대중은 아이들을 잃으면서 일상을 송두리째 빼앗긴 삶을 돌아보게 했다.
가수 백현진은 노래를 불렀다기 보다 통곡을 게워냈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의 가슴 속에 쌓인 통곡들이 그의 노래에 실려 바깥으로 몰려나온 느낌이었다.
요조의 노래는 부드럽고 따뜻했다. 그녀는 백현진의 노래에 실어 자식잃은 슬픔을 통곡으로 게워낸 세월호 유가족의 등을 자신의 노래로 두드려주었다.
2학년 3반의 담임이었던 김초원 선생님의 아버님이 나오셔서 자신들이 원하는 것은 세월호 참사의 진실인데 정부의 시행령은 오히려 이를 가로막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이를 폐기하고 유가족이 원하는 방향으로 시행령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말씀하시며 도움을 청했다. 말씀의 절반은 긴 한숨이었다.
마냥 통곡하고 슬퍼할 수만은 없다. 구남과여 라이딩스텔라가 나와 빠르고 신나는 곡들을 불렀다. 곡을 모두 마감할 때 그들이 위를 올려다보며 이렇게 말했다. “얘들아, 거기선 잘 지내고 있는 거지?”
3호선 버터플라이는 그들의 노래 <티티카카>를 부를 때 세월호를 인양하라고 외쳤다. 시행령을 폐기하라도 함께 외치고 싶었다. 문득 노래와 구호를 섞은 음악을 갖고 싶었다.
가리온이 나와 랩을 했다. 그들처럼 모두가 주먹을 불끈 쥐고 싶었다.
노래의 중간중간에 단원고 2학년 3반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가수가 꿈이었던 예은이의 얘기도 나왔다. 공연을 보는 자리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스러져간 꿈들을 사람들의 기억 속에 채우는 자리이기도 했다.
때로 음악은 세상을 노래부르기 보다 세상을 부셔버리고 싶어한다.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음악은 세상을 모두다 때려부수고 싶은 듯 격렬했다. 왜 아니 그렇겠는가. 아이들을 잃은 부모의 마음 하나 위로하지 못하는 세상을 모두 때려부수고 싶은 것이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음악이었다. 그들은 앵콜로 받은 자신들의 마지막 곡 <바이바이 플래닛>에 그 마음을 격렬하게 담았다.
2 thoughts on “열일곱살의 버킷리스트 두 번째 공연”
스펙트럼은 다양해도 음악색은 비슷했을 것 같은 공연이었겠네요.
이 중 제가 들어본 뮤지션은 요조 뿐.
오늘은 저와 정반대신데요. 저는 요조 말고는 다 한번씩 개인적으로 얼굴본 음악인들이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