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양수리가 가깝다.
팔당의 바로 위가 양수리이다.
차로 가면 3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새벽에도 가고, 낮에도 가고, 저녁 때도 가곤 한다.
오늘(11월 9일 목요일)도 잠깐 그곳으로 나가 양수리를 산책했다.
그동안 찻길에서만 봐두고 들어가 보지 못한 곳으로 돌아다녔다.
하늘에서 비가 내려 물을 이루고,
물은 나무의 갈증난 목을 풀어주며 나무를 키운다.
나무는 한그루 두그루 모여 숲을 이룬다.
그러다 보면 그곳에 풍경이 들어선다.
풍경이 아름다우면 우리는 걸음을 멈춘다.
그리고 머리 속에서 생각을 지우고, 풍경을 눈에 담는다.
아름다운 풍경은 그냥 그 앞에 서서
그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그 순간을 행복하게 만든다.
낙엽 색깔 참 특이하다.
마치 나뭇잎의 속살 같았다.
붉다.
그리고 투명하다.
나뭇잎의 뒤쪽이 가려져 하나도 보이지 않았지만
단풍의 느낌은 투명했다.
왜일까?
아마도 단풍의 붉은 색은 사실은 나뭇잎 속에 감싸놓은 색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가을은 잎이 투명해지면서
그것이 바깥으로 비치는 계절이다.
그렇다면 그 느낌은 투명해야 옳다.
열매는 까맣게 익었다.
윤기가 자르르 흘렀다.
열매는 까만색도 아름다운 색이란 걸 알려주고 있었다.
나무는 가지를 뻗어 하늘에 색을 칠했다.
한여름내내 그 색은 초록이었지만
가을엔 노란빛이 감도는 색으로 그 색을 바꾸었다.
장난기 많은 바람이 지나가며 뒤흔들면
우수수 바람에 날리며 벗겨지는 색이다.
벗겨져도 전혀 흉하지 않은 색이다.
양수리엔 세미원이란 연꽃 공원이 있다.
연꽃을 보기엔 철이 늦었지만
온실에서 연꽃을 키우고 있어 지금도 꽃구경이 가능하다.
연꽃 하나가 가운데 노란등을 켜들고 사람들을 맞고 있었다.
연꽃의 속을 들여다 보았더니
꽃술이 손을 모으고 있었다.
열매는 빨갛게 익었다.
나무의 이름은 낙산홍이다.
아마도 빨간 열매 때문에
그런 이름을 얻은 것인지도 모른다.
갈대는 얼마나 많은 물을 떠나보냈으며,
또 얼마나 많은 철새들이 그 곁을 지나쳤을 것인가.
잠깐 기웃대고 떠나는 물이나 철새 중의 하나를 잡아
뿌리를 뽑아들고 따라나설만도 하건만
갈대는 어제나 오늘이나 그대로 제 자리를 지킨다.
갈대를 손가락질하며
항상 줏대없이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고 누명을 씌운 것은 바람이었다.
갈대의 마음을 얻지 못하자 바람은 그 분풀이로 그런 헛소문을 퍼뜨렸다.
그 갈대를 여자로 지목한 것도
바람이 여자의 마음을 얻지 못해 퍼뜨린 헛소문이다.
부부가 강에 그물을 치며 노를 저어 돌아오고 있었다.
저녁빛이 강으로 내려와
그들의 배를 따라가며 반짝반짝 부서졌다.
한번 노를 저을 때마다
그들의 노에도 빛이 하얗게 묻어났다.
조 앞이 두물머리고,
산들이 가로막은 저 아래쪽이 팔당이다.
그 산의 너머엔 우리가 사는 서울이 있다.
그곳엔 수많은 사람들이 산다.
삶은 그곳에 있는데
그 삶의 위안은 이곳에 있다.
들리세요?
자욱한 멍멍 소리?
무슨 소리냐구요?
요게 강아지풀이거든요.
6 thoughts on “양수리 산책”
한아름남자친구사귀다
얘, 너 누구니?
너 혹시 한아름이한테 딱지 맞은 홍윤기 아니니?
너 자꾸 이런 짓하면 경찰서 불려간다.
어제 네가 한 짓도 아자씨가 다 저장해 놓았어.
어제는 아주 이상한 말까지 쓰더니…
너가 영동교육청 컴퓨터에서 이러는 것도 아자씨는 다 알아.
그냥 착하게 살어, 이런 쓸데 없는 짓 말구.
살다보면 상처도 받고 그러지… 여기와서 이런다고 누가 보기나 하겠니?
내 신경질이나 돋구지.
어쨌거나 너는 내일부터 내 블로그 접근금지다.
내가 또 오나 보려구 그냥 뒀더니…
잠깐의 외출이었는데 풍성한 가을을 한아름 안고 온 느낌이야.
내가 준 선물로 여겨.
저 은색잎이 제가 알기론 은사시나무잎일거에요. 90%확실.^^
“비에 젖으며 난 가끔은 비 오는 간이역에서 은사시 나무가 되고 싶었습니다.”
이정하님의 시에서도 나오죠.
제가 경기도 살땐 이 나무를 많이 봤었는데 전북엔 안보여요.
햇빛에 반사되며 빛나는 잎이 참 이쁜 나무인데.^^
같이 노를 젓는 부부 참 멋지네요.
가을 벤치에 다정히 앉은 뒷모습의 연인만큼이나.
나무 이름도 참 이쁘네요, 은사시 나무라니 말예요.
여기가 바로 경기도죠. 팔당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