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를 바래다주는 길에
남자는 현관 위에 놓아둔
화분의 꽃을 보고 말했었다.
“꽃이 참 예쁘네요.”
꽃은 눈을 뒤집어쓴 듯한
흰 철쭉이었다.
남자가 여자를 바래다주고 돌아갈 때,
사실 그 꽃이 우르르졌다.
마치 남자를 따라가고픈 여자의 마음처럼.
한번 떨어진 꽃을 되돌릴 수 없듯이
남자를 따라 함께 골목을 빠져나간 여자의 마음도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다음 날, 다시 여자를 만난 남자가 말했다.
하루 종일 헤어져 있었는데
오늘은 이상하게 내내 같이 있었던 것 같다고.
여자가 아, 그래요? 하고 반문하며 후후 웃었다.
여자는 그 비밀의 연유를 알고 있었으나
남자에게 말해주진 않았다.
떨어져 있어도 함께 있는 듯 했던
남자의 그 이상했던 어느 날은 그 후로
가끔 여자가 혼자 후후 웃는 비밀이 되었다.
2 thoughts on “떨어진 꽃과 여자의 비밀”
뭔가를 매개와 핑계삼아 함께 있고 지속하고픈 두 사람 사이에
마침 떨어진 꽃이 큰 구실을 했군요.^^
떨어진 꽃이 있지도 않은 남자와 여자를 만들어내기까지 했으니까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