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낡은 것은 없애고 새로 짓는다.
없앤 것은 기억에만 남는다.
아직도 있다면 현재의 과거이지만
때로 지금의 자리에 현재가 아니라
부재만 남아 있는 경우도 있다.
그때면 과거는 부재의 과거가 된다.
두물머리 갈 때면 항상 건너던
옛날의 다리도 지금의 다리는 아니다.
새로운 다리가 들어서면서
옛날의 다리는 아예 없어졌다.
처음에는 사람들만 건너다니는
인도교로 사용하지 않겠나 싶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옛날 다리는
그 흔적이 깨끗이 지워졌다.
옛날의 다리가 있던 자리엔
이젠 그 자리의 기억을 더듬으며 지나는
강물의 물결이 있을 뿐이다.
옛날의 우리는 지금은 부재하는 그 다리를 건너
두물머리로 놀러가곤 했었다.
2008년의 어느 구름 좋던 날에도
그 다리를 건너 두물머리에 갔었다.
기억의 힘을 빌려
오늘은 그 부재의 다리에 섰다.
2 thoughts on “없어진 다리”
저 다리를 숱하게 건너 오갔으면서도 막상 새 다리에 밀려 없어진 줄은
미처 몰랐네요. 둘레길의 하나로 남겨두기엔 관리 부담이 커서 그랬나 봅니다.
철교는 남겨놓았는데 없어진 이 다리에서 팔당쪽으로 바라보는 풍경이 좋아서 저는 이 다리를 좋아했어요. 보행로가 없어서 사실 그렇게 보는 것도 차를 타고 지나갈 때만 가능했지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