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진 다리

Photo by Kim Dong Won
2008년 8월 9일 경기도 팔당의 양수리에서

우리는 낡은 것은 없애고 새로 짓는다.
없앤 것은 기억에만 남는다.
아직도 있다면 현재의 과거이지만
때로 지금의 자리에 현재가 아니라
부재만 남아 있는 경우도 있다.
그때면 과거는 부재의 과거가 된다.
두물머리 갈 때면 항상 건너던
옛날의 다리도 지금의 다리는 아니다.
새로운 다리가 들어서면서
옛날의 다리는 아예 없어졌다.
처음에는 사람들만 건너다니는
인도교로 사용하지 않겠나 싶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옛날 다리는
그 흔적이 깨끗이 지워졌다.
옛날의 다리가 있던 자리엔
이젠 그 자리의 기억을 더듬으며 지나는
강물의 물결이 있을 뿐이다.
옛날의 우리는 지금은 부재하는 그 다리를 건너
두물머리로 놀러가곤 했었다.
2008년의 어느 구름 좋던 날에도
그 다리를 건너 두물머리에 갔었다.
기억의 힘을 빌려
오늘은 그 부재의 다리에 섰다.

2 thoughts on “없어진 다리

  1. 저 다리를 숱하게 건너 오갔으면서도 막상 새 다리에 밀려 없어진 줄은
    미처 몰랐네요. 둘레길의 하나로 남겨두기엔 관리 부담이 커서 그랬나 봅니다.

    1. 철교는 남겨놓았는데 없어진 이 다리에서 팔당쪽으로 바라보는 풍경이 좋아서 저는 이 다리를 좋아했어요. 보행로가 없어서 사실 그렇게 보는 것도 차를 타고 지나갈 때만 가능했지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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