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의 길눈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8월 10일 서울 강변북로에서

구름은 높은 곳을 다녀
길에 훤할 것 같은데도
한번도 길을 가르쳐주는 경우가 없다.
차를 싣고 달리는 우리의 길은
길바닥에까지 길의 방향을 새겨
우리가 갈 곳을 알려준다.
우리의 길은 납짝 엎드려 다니는데도
길의 방향을 챙겨주는데
구름은 하늘 높이 다녀도
길의 방향을 모른다.
지상의 길은 정해서 길을 가나
구름은 같은 곳을 가도
정해진 길이 없이 아무렇게나 다니기 때문이다.
갈 때마다 가는 길이 길인 구름에겐
그래서 방향을 물을 수가 없다.
우리는 매일 똑같이 그곳에 가지만
구름은 매번 다르게 그곳에 간다.
정해진 길을 가야 하는 우리에겐
길눈이 있어야 하지만
길없는 곳을 다니는
구름에겐 길눈이 없다.
길눈이 없는 구름에겐
가면 길이 되며
길은 그냥 한번이면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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