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의 길안내

Photo by Kim Dong Won
2015년 8월 29일 인천공항 가는 길에서

인천공항 가는 길은 딸이 들어오고 나갈 때마다 갔던 길이라 길에 훤하다. 그런데도 오늘은 구름이 나와 길을 안내했다. 네비의 안내보다는 훨 괜찮았다. 아침 햇볕을 받아 약간 분홍빛을 띄었다. 딸을 출국장으로 들여보내고 공항 근처의 해변에서 시간을 보내다 집으로 돌아 왔다. 오는 길의 중간에 나리타에 도착하여 아침먹고 있다고 소식을 전해왔다. 예전에는 조금이라도 더 같이 있고 싶은 마음에 오후 비행기가 좋았는데 이제는 이른 비행기로 돌아가 사는 곳에서 빨리 여장풀고 소식을 전하는 것이 더 마음이 편하다.
딸은 3주 동안 집에 머물며 간간히 외출을 했다. 대부분 뮤지컬을 보러나간 시간이었다. 세 편의 뮤지컬을 보았고, 연극 한 편에, 영화는 네 편을 보았다. 집의 바로 앞에 영화관이 생긴 것이 영화 관람 횟수에 큰 영향을 미쳤다. 돌아가기 이틀 전에는 홍대에서 함께 록 공연을 보았다. 한국이 무슨 문화 강국이 된 느낌이었다. 이번에도 역시 집에 있는 날이면 하루 종일 침대를 뒹굴거리며 한낮의 늦은 시간까지 잠을 잤다. 함께 있는 날들 속에서 그 뒹굴거리는 잠마저 좋았다.
딸은 같이 사는 것만으로 마음에서 차지하는 자리가 크다. 고등학교 졸업한 뒤로 그 자리가 계속 비어 있다 보니 국내로 돌아와 잠시 집에 머물 때마다 무엇을 하고 있든 그저 좋기만 하다. 아침에 눈떴을 때 그냥 집안에서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큰 행복이 된다. 때로 어떤 존재는 곁에 머무는 것만으로 마음의 공간을 채워 충만을 선물한다.
공항에서 돌아오니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또 집이 빈집같았다. 이 빈집의 느낌이 가시려면 또 며칠 걸릴 것이다.

2 thoughts on “구름의 길안내

  1. 구름이 생긴 거며 자리 잡은 거며 신기합니다.
    다시 돌아갔군요. 그래도 당분간은 3주간의 기억과 함께 텅빈 충만을 누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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