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가는 길은 딸이 들어오고 나갈 때마다 갔던 길이라 길에 훤하다. 그런데도 오늘은 구름이 나와 길을 안내했다. 네비의 안내보다는 훨 괜찮았다. 아침 햇볕을 받아 약간 분홍빛을 띄었다. 딸을 출국장으로 들여보내고 공항 근처의 해변에서 시간을 보내다 집으로 돌아 왔다. 오는 길의 중간에 나리타에 도착하여 아침먹고 있다고 소식을 전해왔다. 예전에는 조금이라도 더 같이 있고 싶은 마음에 오후 비행기가 좋았는데 이제는 이른 비행기로 돌아가 사는 곳에서 빨리 여장풀고 소식을 전하는 것이 더 마음이 편하다.
딸은 3주 동안 집에 머물며 간간히 외출을 했다. 대부분 뮤지컬을 보러나간 시간이었다. 세 편의 뮤지컬을 보았고, 연극 한 편에, 영화는 네 편을 보았다. 집의 바로 앞에 영화관이 생긴 것이 영화 관람 횟수에 큰 영향을 미쳤다. 돌아가기 이틀 전에는 홍대에서 함께 록 공연을 보았다. 한국이 무슨 문화 강국이 된 느낌이었다. 이번에도 역시 집에 있는 날이면 하루 종일 침대를 뒹굴거리며 한낮의 늦은 시간까지 잠을 잤다. 함께 있는 날들 속에서 그 뒹굴거리는 잠마저 좋았다.
딸은 같이 사는 것만으로 마음에서 차지하는 자리가 크다. 고등학교 졸업한 뒤로 그 자리가 계속 비어 있다 보니 국내로 돌아와 잠시 집에 머물 때마다 무엇을 하고 있든 그저 좋기만 하다. 아침에 눈떴을 때 그냥 집안에서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큰 행복이 된다. 때로 어떤 존재는 곁에 머무는 것만으로 마음의 공간을 채워 충만을 선물한다.
공항에서 돌아오니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또 집이 빈집같았다. 이 빈집의 느낌이 가시려면 또 며칠 걸릴 것이다.
2 thoughts on “구름의 길안내”
구름이 생긴 거며 자리 잡은 거며 신기합니다.
다시 돌아갔군요. 그래도 당분간은 3주간의 기억과 함께 텅빈 충만을 누리시길.
셋이 영화관에 나란히 앉으니 이상하게 짝이 맞는다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