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록다방의 커피잔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9월 10일 강원도 영월에서

영월의 청록다방에서 커피를 마셨다.
들어갈 때 이미
다방의 이름을 알고 들어갔으나
커피잔이 이곳이 청록다방이란 것을
다시 한번 말해주었다.
말없는 초록색 음성이었다.
청록다방에서 특히 록자를 말할 때
목소리의 초록빛이 진했다.
그리고 위쪽으로 멍하니 벌린 시커먼 입에서
커피향이 났다.
몇번 그 향에 입을 맞출 수밖에 없었다.
전화번호를 애써 딸 필요는 없었다.
묻지도 않았는데 전화번호를 제 스스로 따주었다.
커피잔이 따준 전화번호지만
전화를 걸면 커피잔이 받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도 전화는 다방의 마담이나
그곳에서 일하는 좀더 젊은 언니가 대신 받을 것이다.
“커피잔은 잘 있어요?”
“네?”
“다방의 커피잔은 잘 있냐구요?”
“무슨 말씀이신지….”
“아, 몇년 전 들렀다가 그곳에서 커피를 마셨어요.
초록색의 말없는 목소리를 가진 커피잔이 그곳에 있더라구요.
향이 좋은 목소리를 갖고 있었어요.
슬그머니 전화번호까지 챙겨주더군요.
그때 찍어놓은 사진을 뒤적거리다 그 전화번호를 봤어요.
그래서 다시 전화 걸었죠.”
아마도 수작은 그렇게 시작될 것이다.
그 뒤는 아직 짐작이 되지 않는다.

2 thoughts on “청록다방의 커피잔

  1. 전에 영월여행할 때 한 번 들렸어야 하는데 못 가 본 집이군요.
    커피맛도 달달했을 것 같아요.
    마담 언니한테 계산할 때 다방 이름 새긴 성냥갑 하나 주나 모르겠네요.^^

    1. 영화 덕에 여전히 건재한 듯하니.. 언제 또 가게 되었을 때 들르면 될 듯 싶어요. 저도 고향에 내려가 본 지가 한참 된 듯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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