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의 종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다.
양수리에 있는 수종사에서 였다.
종소리는 하루해가 빠져나가고 있는 저녁숲을 가득 채우며
고즈넉하게 울리고 있었다.
11월 11일 토요일, 전북 김제의 금산사에 갔을 때,
종소리를 듣진 못했지만
이번에는 종의 주변을 맴돌면서
종의 몸체를 찬찬히 살펴볼 기회를 갖게 되었다.
나무 둥치를 밀고, 그러면 나무가 종에 부딪쳐 소리가 날 것이다.
그런데 그날따라 그 나무가 부딪는 자리에서 꽃의 문양이 눈에 들어왔다.
‘아마도 연꽃이겠지.
왜 하필 꽃을 새겨놓은 것일까.
보기 좋으라고?
아니, 아니, 그게 아닐지도 몰라.
혹시 종소리가 울릴 때, 그게 쇠의 울림이 아니라
사실은 꽃의 울림이 아닐까.’
하긴 생각해보면 꽃들은 예쁘긴 하지만 한해 내내 말이 없다.
그러나 꽃들에게도 말이 있지 않을까.
우리가 그 예쁜 자태에 홀릴 때
꽃들은 실제로는 우리에게 어떤 말을 건네고 싶은게 아닐까.
꽃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어떤 예쁜 꽃을 보았을 때
그날따라 가슴을 훑고 지나가는 어떤 울림이 있었던 듯도 싶다.
그 울림이 혹시 꽃들이 건넨 어떤 무언의 말이
내 마음 속에서 일으킨 파장은 아니었을까.
종에 꽃을 새겨놓은 뜻은
꽃을 지나칠 때 그저 예쁜 자태에만 눈을 줄 것이 아니라
꽃의 소리를 들어보라는 뜻은 아니었을까.
새벽이나 아침에 산사를 찾아 종소리를 들어보고 싶다.
종소리가 울릴 때,
꽃이 울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 것만 같다.
종소리가 쇠의 울림이 아니라 꽃의 울림으로 들릴 것만 같다.
그러면 꽃들의 얘기가 숲속 산사에 그득할 것만 같다.
또 그 이후엔
꽃과 눈을 마주할 때마다 세상에 깊은 종소리가 가득할 것만 같다.
4 thoughts on “종과 꽃”
보신각 타종이 다가오는궁요~
11월도 벌써 중순….
그러게 말이예요.
시간이 빨리가는 것도 같고, 더디게 가는 것도 같고…
예전에 어딘가를 놀러갔다 지나는길에 금산사를 들러보자고
차를 주차시키고 카메라만 달랑 들고 올라갔는데
매표소를 보고서야 지갑을 안가져온걸 알았어요.^^
주차장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져있어서 에이~그냥 근처에서 놀다가자.
하고 그냥 돌아왔던 기억이..담에 꼭 올라가보자했는데 그게 쉽지 않았네요.^^
저희는 용문사 갈 때마다 그랬어요.
세번째 갔을 때 겨우 들어갔죠.
그때는 입장료를 챙겨넣었는지 미리 확인을 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