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길어 묶고 다닌다. 머리가 길면 여름에는 목에 목도리를 두른 듯하여 고역이지만 겨울에는 그런대로 괜찮다. 긴머리는 묶어야 편하다. 머리끈은 이용하다 보면 탄력을 잃어 자꾸 다시 사게 된다. 이번에도 천원을 주고 머리끈을 새로 샀다. 세 개가 내 손에 쥐어졌다. 하나는 검정이었고, 또 하나는 밤색이었으며, 마지막 하나는 황토색이었다. 번갈아가며 이용한다. 이번 머리끈의 성은 여성이다. 머리끈에 무슨 성이 있을까 싶지만 잘록한 허리를 수도 없이 가진 것으로 보아 여성임에 틀림없다. 아침에 일어나니 풀어놓은 머리끈이 잠자리의 한켠에서 내게 고백했다. ‘네 머리를 묶어주다 너를 사랑하게 되었어.’ 고백은 한 번으로 충분한 법이지. 앞으로 네가 어떤 형태로 있든 네 고백을 기억할께. 고백은 황토색 머리끈에게서만 받았다. 같이 부대낀다고 모두 사랑이 되는 것은 아니다.
2 thoughts on “머리끈의 고백”
음~ 약간 어거지 고백으로 들리는데요.^^
언제 멋진 머리띠 보이면 사 드려야겠습니다.ㅋㅋ
머리묶다 정분난다는 말을 새로 만들어보려구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