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에 이야기를 담은 영화가 있었다.
색은 블루, 레드, 화이트였고,
각각의 색에 각각의 이야기가 담겼다.
생각해보니 고추도 블루만 그린으로 색을 달리할 뿐
세 가지 색을 갖고 있다.
블루와 그린은 우리 나라에선 파란색으로 뭉뚱그려 진다.
그러니 고추에게도 파랑, 빨강, 하양의 색이고,
그 색에는 이야기 대신 맛이 담긴다.
파랑, 빨강은 매운 맛을 담는데
하양은 무슨 맛을 담는지 모르겠다.
나도 내 색을 갖고 싶었던 시절이 있었다.
사실 내 색을 갖기 위해 애도 많이 썼던 것 같다.
늦은 가을의 고추밭에선
하얗게 바랜 고추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알고보면 고추의 하양은 어떤 맛을 담은 색이라기보다
맛을 비웠을 때의 색이 아닌가 싶다.
지나는 바람 속으로 매운 맛을 흘려버린 고추,
그리하여 매운 맛이 담겼던 초록과 빨강도 함께 비운 고추,
그렇게 맛과 색을 모두 비운 자리에서
고추가 하얀 빛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갑자기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나도 이제 내 색을 버려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것이 인생이 아닐까.
초록과 빨강을 그대로 간직하고,
그 색속에 매운 맛을 고스란히 담은채 우리의 식탁으로 오른 고추는
하나도 서글프지 않았는데,
아니, 먹을 때마다 맛만 좋았는데,
맛과 색을 모두 비워내고 하얗게 버려진 늦가을의 고추는
바라보고 있노라니 괜스리 서글펐다.
색과 맛이 선명하던 세월이 지나간다고 생각하면
고추나 사람이나 서글픈 것은 마찬가지인가 보다.
2 thoughts on “고추, 그 세 가지 색”
나이 들어도 자기만의 색을 가진 사람이 좋던데..
그런 사람들에게 눈길이 가더라구요.
자기만의 색을 가진 사람들보면 가까워지고싶어요.^^
그게 쉽지가 않은 것 같아요.
오늘 이것 저것 많은 생각을 하게 되네요. 생각을 하다보니 정리도 좀 되는 것 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