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카메라를 둘러메고
말 그대로 롯데월드를 어슬렁거리곤 한다.
그냥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재미나다.
물론 공짜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이 카드 저 카드, 신용카드 꺼내서
공짜로 들어갈 수 있는 카드를 골라보는 수고는 해야 한다.
한 세 개 정도 꺼내보면 그 중 하나는 공짜로 입장이 가능했다.
2004년 11월 18일에도 나는 롯데월드를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 날은 내가 누굴만나러 평택에 갔다 오는 길이었다.
버스가 잠실에서 평택으로 가고, 또 평택에서 잠실로 오기 때문에
눈길이 롯데월드로 간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웠다.
그때의 기억을 꺼내본다.
모두 이 위로 모여.
여기 숨을 쉴 수 있게 틈을 열어놨어.
우람한 철골이 모두 그 위로 모였다.
(문득 궁금증이 생긴다.
저 창들이 모두 열리는 것일까.)
사랑은 이상하다.
뜨겁게 사랑할 땐
얼음 위에 새겨놓아도 전혀 식지 않는다.
올라~간다
내려~간다아
또 올라~간다
또 내려~간다
(그때 사진좀 더 찍어둘걸.
요렇게 몇번이고 써먹을 수 있는걸 모르고.)
하얀 돌다리?
한번 밟고 건너가봐?
물의 가슴
그 물의 가슴 속엔
물고기가 산다.
요렇게 예쁜.
롯데월드엔 겨울이 따로 없지만
겨울이 오면 물의 가슴은
빙판으로 그 모습을 바꾼다.
물의 가슴은 여름엔 그 속에서 놀 수 있고,
겨울엔 그 위에서 놀 수 있다.
아무리 얼어붙어도 물의 가슴은 사실은 따뜻하다.
냉기가 솔솔 솟는 얼음판 위에서
아이들이 추운 줄 모르고 놀 수 있는 건
알고 보면 바로 그 물의 따뜻함 때문이다.
실제로 시골에서 자랄 때 나는 한겨울에 얼음이 꺼지면서
물에 빠진 적이 여러 번 있었다.
그때 우리가 빠진 그 겨울의 물속은 전혀 따뜻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 기억을 꺼내볼 때마다 괜스리 마음이 따뜻해지곤 한다.
물의 가슴이 한겨울에도 따뜻하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데는
한겨울에 물에 빠져본 기억과 더불어
그 기억을 한참 묵힌 다음에 꺼내볼 수 있는 세월이 필요한가 보다.
롯데월드의 아이스링크엔 즐거움은 있는데
한겨울 물에 빠지면서 내가 가질 수 있었던
그 물의 가슴에 관한 따뜻하고 오래도록 묵혀둘 수 있는 추억은 없다.
다 가진 것 같은 도시의 아이들이
가끔 안됐다는 생각이 들 때가 그때이다.
올겨울엔 고향에 내려가 얼음판을 지치며 썰매를 타다
다시 물의 가슴에 풍덩 빠져보고 싶다.
아마도 이제는 그 따뜻함을 곧바로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4 thoughts on “롯데월드 어슬렁거리며”
제가 롯데월드 바로 옆에 살아서
밥먹듯 드나든곳이랍니다. 석촌호수옆에 살았으니까요?
롯데월드 지하에도 정말 훌륭하게 꾸며져있었는데,지금은 더하지요.
아이스링크에서 제 막내동생이 리라초등학교 아이들 스케이트 를 갈쳤습니다.
롯데월드 어드밴츠,매직아일랜드는 언제나 저의 놀이터였지요.
백화점과 호텔.지하에 있는 다이아나 나이트 클럽도 뻔질나게 드너들었다는,
당시에..지하 다이애나,인지 다이아나인지..기억이 가물가물,
김종찬이 무대에 노래를 불렀는데..
극성맞은 친구들이 악수를 나누면서 종찬님을 스테이지로 ……ㅎㅎ
그땐,폼에살던 련이였다는-;; 연예인..내손에 전부 죽었다는..ㅋㅋ-;;
^^
그래도 그날 종찬이는 살았겠죠?
서울에서 십여년을 살면서 롯데월드한번 안들어가봤어요.
롯데월드에 붙어있는 롯데호텔은 가봤네요.
서울에서 제가 유일하게 즐긴곳은 남산타워 오르는 계단이었고 나무들이었죠.
지금 생각하면 너무 쑥맥이어서 늘 가는길들만 다니고..
친구중 영화광이 한명 있어서 같이 영화는 엄청 보러 다닌게 고작 문화생활이었나봐요.ㅋㅋ
저도 저거 타보고싶은데 잘 찍어주셨네요.
마음으로 타봅니다.^^
남산이 훨 낫죠.
더구나 요즘의 남산은 승용차는 못다니게 하기 때문에 더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