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의 앞에 서면 나는 항상 꽃의 그 붉은 색이 믿기질 않는다. 계절은 겨울이고, 겨울은 주변의 어디를 보아도 색의 계절이 아니다. 그런데도 동백은 붉다. 모든 것이 얼어붙고 날은 추운 이 겨울의 어디에서 저런 붉은 색을 구해오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지금의 서 있는 자리에서 거저 얻은 것이라고 누가 말을 해도 그 말은 수긍이 되질 않는다. 무엇하나 소용이 되는 작은 것을 구하려고 해도 발품을 팔아야 할 때가 많은데 저렇듯 붉은 색을 거저 얻는다는 것은 말이 되질 않는다. 아마도 이 겨울의 어딘가를 정처없이 헤맨 끝에 저런 색을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의심이 많은 나는 자꾸 꽃을 보면서도 나무의 뿌리쪽을 살핀다. 뿌리를 뽑아들고 겨우내내 이 산천을 안가본 곳이 없이 떠돌다 드디어 색을 구한 뒤에 그것을 꽃아 담아 뛸 듯이 기뻐하며 제 뿌리를 뽑아들고 길을 떠나던 그 자리로 돌아 오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 때문이다. 의심은 한번도 확인된 적은 없다.
2 thoughts on “동백의 붉은 빛”
그만 의심을 거두시고 동백이 건네주는 아름다움에 맘껏 취해 보세요.^^
그래야 하는데 자꾸 뿌리 뽑았다 슬그머니 다시 들여놓은 흔적이 없는지를 살피게 됩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