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과 봄이 반반 나누어 가진 길

봄길
Photo by Kim Dong Won
2016년 3월 11일 경기도 광주의 남한산성에서

남한산성의 서문 가까이에 국청사가 있다. 이 절로 가는 길은 내가 길을 질러 서문으로 갈 때 종종 이용하는 길이기도 하다. 소나무가 우거져 있고 중간에 계곡의 물소리를 만날 수 있어 이 길을 좋아한다. 남한산성 로터리에서 북문을 거쳐 성곽 가까이 붙어 오르는 넓은 길이 있지만 그 길은 좋아하질 않는다. 나는 국청사 길이 풍기는 그 은밀한 분위기를 좋아한다. 아울러 이 길은 절에 도착하면 콘크리트의 완력으로 우리의 걸음을 받쳐주던 길을 버리고 잠깐에 불과하지만 흙길로 흐르기 시작한다.
오후의 시간에 그 길에 들어섰더니 절의 담을 끼고 서문으로 가는 그 길을 햇볕과 그늘이 반반 나누어 갖고 있었다. 서로 조금 더 갖겠다고 싱갱이를 하고 있는 것인지 처마끝의 기와 그림자가 지면에서 들쑥날쑥하다. 겨울에는 길 모두가 겨울의 것이고, 또 봄이 완연해지면 길의 모두가 봄의 것이 되겠지만 지금은 길을 절반으로 갈라 나누어갖는 시기이다. 때문에 가운데를 중심으로 겨울과 봄이 완연하게 달리 발에 묻어난다.
봄이 가져간 길은 따뜻한 햇볕을 껴안고 질척거린다. 발을 디디면 수욱꺼지며 내 몸의 무게를 받아낸다. 내 무게는 그 봄의 길에선 선명한 발자국으로 새겨진다. 아직 겨울이 제 것이라 고집하고 있는 길은 그늘을 방패막처럼 내세우고는 단단하게 완력을 세운다. 길은 여전히 얼어붙어 있다. 아무리 흔적을 남기고 싶어도 발자국을 들이밀 구석을 찾기가 어렵다.
자연에선 길의 계절도 봄이 왔다고 금방 바뀌질 않는다. 반쯤 봄기운으로 질척거리다 길 어디에나 봄이 완연하게 깔리기에 이른다. 겨울과 봄이 나누어가진 길의 계절을 이리저리 넘나들며 서문으로 올랐다. 내 몸도 겨울과 봄이 반반씩 나누어 가진 듯했다. 따뜻하면서도 쌀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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