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의 가을은 올해도 노랗게 물들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05년 11월 8일 서울 둔촌동 올림픽 공원에서


은행나무는 올해 가을에도 노랗게 물들었다.
내 기억에 은행나무는 지난 해도 노랗게 물들었다.
그 전해도 은행나무의 가을은 노란 색이었다.
은행나무는 가을이면 항상 변함없이 노랗게 물들었다.
나는 한번도 또 노란색이야, 하면서
은행나무의 노란 가을을 지겨워 한 적이 없었다.
가을을 맞을 때마다 은행나무가 물들인 노란 가을이 있어 좋았다.

집의 1층 창밖으로 은행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한해 내내 집을 들고 날 때마다 그 은행나무와 눈을 맞춘다.
같이 사는 그녀만큼이나 그 은행나무와 낯이 익다.
한번도 그 은행나무의 노란 가을이 지겨운 적이 없었다.
항상 가을은 그 은행나무가 덮어주는 노란색이 있어 좋았다.
올해도 그 은행나무는 노랗게 물들고 있다.
알게 모르게 사람도 계절을 탄다.
그녀의 가을이 해마다 노랗게, 혹은 붉게 물들었는데
그걸 미처 몰랐을지 모른다.
올해도 그녀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한해를 보냈다.
매일매일 살림하고, 일하고, 그리고 겨울 초입에 김장을 했다.
가을에 은행나무만 노랗게 익은 것이 아니라
그녀가 김장을 할 때
그녀의 가을이 노랗게 혹은 붉게 물들었을지 모른다.
올해 그녀에게 계절이 있다는 것을 처음 보았다.
십수년간 매해 그녀의 계절이 있었지만
은행나무에만 눈을 판 나는 올해 처음 그 계절을 보았다.
그녀의 노란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Photo by Kim Dong Won
2005년 11월 8일 서울 둔촌동 올림픽 공원에서

4 thoughts on “은행나무의 가을은 올해도 노랗게 물들었다

  1. 일상이 바쁘면 계절이 언제 갔는줄도 모르고 지나치곤하겠죠.
    저야 너무 한가로와서 계절마다 느끼다못해 빠져살지만요.
    제가 저희집 옆 아파트 단지의 단풍나무를 열심히 찍고 있으려니
    어떤 여자가 지나가며 그러더군요. 매일 지나면서도 이렇게 예쁜줄 몰랐다고.^^

    1. 봄의 장미, 가을의 은행나무…
      그게 우리 집 앞마당에 있지요.
      덕분에 매년 봄가을이 눈앞에서 예쁘게 지나갑니다.
      아파트는 나무가 많아서 더더욱 그럴 것 같아요.

  2. 올해 우리집 은행나무는 노랗게 예쁘게 물들었더라.
    은행나무는 봄에는 잎이 가장 나중에 나오고
    가을엔 가장 늦게까지 황금색으로 물들이다 장렬하게 전사하는 것 같어.
    지금 길엔 온통 황금빛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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