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by Cho Key Oak
2006년 11월 25일 상암동 월드컵 공원에서


나에게 딸은 무엇일까.
아이라곤 달랑 딸 하나밖에 없어서
이게 남들에게 자식이란 무엇일까나 아들이란 무엇일까로
환치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우리 아이는 그냥 내겐 내 딸인 것 같다.
자식이란 말은 내게 있어 딸이 갖는 여자로서의 의미를 너무 가린다.
아들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으로 환치할 수 있다고 보기에는
자식이란 말로 엮어 공통 분모를 찾아보려고 해도
그 말속에서 아들과 딸이 갖는 차별이 너무 커서 무리란 생각이 많이 든다.
그래서 내게 아이는 항상 내 딸이다.
그 아이는 내게서 무엇일까.

내 딸은 내게 있어 내 자유의 꿈이다.

내 마음은 두 갈래이다.
하나는 아이가 잘하는 것을 하면서 자랐으면 하는 것이다.
마음의 갈래 중 또다른 하나는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자랐으면 하는 것이다.
내가 잘하는 것이 꼭 내가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난 내가 못하는데도 좋아하는 것이 있다.
난 내가 잘하는 것이 있지만 그걸 하면서 지겨워한다.
내가 잘하는 것을 하면서 살아가면 세상살이가 편하다.
아이가 잘하는 것을 하면서 자랐으면 하는 것은
아이가 세상을 편하게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살아가면 세상살이가 쉽지 않다.
대신 그 일을 하고 있는 동안 그 일이 내 일 같다.
일이 내 일 같으면 일을 하고 있는 동안
일로부터 소외되지 않는다.
그게 내 일이다 싶으면 하고 난 뒤에 일이 뿌듯하다.
내 자유의 꿈은 힘들더라도 아이가 좋아하는 일을 했으면 하는 것이다.

아이는 근래에 학교 안다니면 안되냐고 했다.
그래서 왜 그러냐고 했더니
“무슨 학교가 공부만 해요”라고 말했다.
아이의 말에서 내 자유의 꿈을 읽을 수 있었다.
아이는 내 꿈꾸던 대로 자라나 자유가 되어 있었다.
그렇지만 50 가까이 살아온 삶은 그 자유에 선뜻 등을 밀어주기 어렵다.
왜냐하면 자유가 나의 꿈이기도 하지만
이제는 내 눈도 50 가까이 살아오면서 현실에 많이 오염이 되어
그 자유의 꿈을 볼 때
꿈의 뒷편으로 그 꿈의 허황됨이 함께 어른거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반대했다.
저희 엄마가 반대하면 입을 빼무는데
내가 반대하면 아이는 이상하게 눈물을 뚝뚝 흘린다.
마음이 아팠다.
꿈은 대개의 경우 허황되다.
하지만 꿈의 뒷편에서 어른거리는 그 허황됨의 그림자에 눈감고
아이에게 가고 싶은 길을 가도록 해주고 싶다.

아이는 잘하던 어학 쪽으로의 공부를 접고
의상디자인 쪽으로 공부를 하고 싶다고 했다.
나는 니가 한다면 말릴 수야 없지만
그 쪽은 직업병이 있다더라고 했다.
아이가 직업병이요? 하고 물었을 때,
나는 그 일이 좀 오래하다 보면 혀가 꼬이는 직업병이 나타난다더라,
앙드레김이 그 병에 많이 시달리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아이랑 함께 낄낄 웃었다.
난 사실 반대할 생각은 없지만 그 직업병이 걱정이라는 말을 덧붙여 두었다.
어쨌거나 난 내 생각은 밝혀두었다.
하지만 아이는 아빠의 꿈이 저의 자유란 것은 모를 것이다.
이제 나머지야 지가 알아서 하겠지.

8 thoughts on “

  1. 아이라곤 달랑 하나 밖에 없어서…. 이 표현이 왜이렇게 쓸쓸하냐…

    전적으로 딸을 믿어주는 것,
    그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는 것 같어.

    1. 잠깐 따님의 블로그 가봤었는데 어린나이답지않게
      글을 무척 잘쓰던데요? 부모님 영향인듯.^^
      만화 캐릭터 제품인가요? 아기자기하게 모으는 모습이
      너무 이뻐서 한참 읽다왔네요.^^

    2. 우린 그 블로그 얘기의 한 80퍼센트는 무슨 얘기인지 잘 모른다는…
      만화가 무슨 그렇게 전문가 뺨치는 지식을 요구하는지 원…

  2. 아빠랑 딸의 모습이 너무 따뜻하네요.^^
    전 어렸을때부터 나이들어서까지 부모님이 시키는대로
    또는 제마음이 규정한대로만 걸어와서인지
    제 아이들은 자기만의 색깔을 가지고 그 길을 고집했음 싶어요.
    혹시 그 길을 가다가 절망한다해도 자기가 원했던 일이니 일어서고
    열정을 가지고 살아가길 바라지요.
    그 일이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가난을 줄지 몰라도 스스로
    행복해하는 일이라면 “그래~잘했어”해주고 싶은데
    아직은 어려서인지 꿈도 자주 바뀌어요.ㅋㅋ

  3. ^^
    저도 아이를 키우고 있지만
    늘 부족한 엄마임을 시인합니다.
    아빠의 빈자리 까지 ..어느땐 많이 버거웁습니다.
    그래도 모두 곱게 자라주고 있네요.
    정말 감사해야지요^^.
    ^^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