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잔잔할 때면 그래도 괜찮았어.
그런대로 참을만했지.
그렇지만 바람만 불면
물결은 견딜 수가 없었어.
모두가 우르르 강가에 매어둔 배로 몰려갔지.
그리고는 퉁탕탕 퉁탕탕 뱃전을 두들기며 소리쳤어.
“태워줘, 태워줘! 우리도 좀 태워줘!”
배가 지나갈 때면 항상 그 곁을 아득하게 밀려나기만 했던 물결은
언젠가 꼭 그 배에 한번 올라보고 싶었어.
못들은 척 먼산을 바라보며 몸을 흔들던 배는
가끔 가다 몸을 물결 쪽으로 낮게 기울여 주었지.
그럼 요때다 싶어 뱃전을 넘는 물결이 있었어.
드디어 배에 오르게 된 거지.
그런데 배 안엔 이미 물이 한가득이었어.
“엇, 너희들은 누구야?”
걔들은 며칠전 비오던 날 빗줄기 타고 내려온 애들이었어.
뱃전을 넘은 물결은
이미 자리를 차지한 걔들의 자리를 슬쩍 밀면서 자기 자리를 잡았지.
바람이 이리저리 배를 흔들고 있었지만
배안은 고요했어.
물결은 그 안에서 발을 뻗고 조용히 드러누웠지.
눈에 하늘이 한가득 담겼지.
“태워줘, 태워줘! 우리도 좀 태워줘!”
뱃전에선 여전히 물결이 퉁탕탕 퉁탕탕 배를 두들기며 소리치고 있었어.
‘자식들 애좀 써봐라.’
배에 오른 물결은 씨익 웃으며,
그 소리 한번 듣고 하늘 한번 쳐다보고,
또 그 소리 한번 듣고 하늘 한번 쳐다보았지.
그리고 그러다 물결은 결국 스르르 잠이 들어 고요가 되었데.
그 고요는 아주 평안했다더군.
나도 자꾸만 뱃전을 넘어간 뒤에
배 위에 드러누워 고요가 되고 싶군.
4 thoughts on “물결과 배”
^^
아,너무 아름다운 이야길써주셨군요.
저는 이런 님의 감성에 항상 감동하곤합니다.
^^
출렁이는 물결..역시 사진짱멋져요.
저 나눗배에 한번 올라서 어디론가 가고싶은맘^^.주췌할수없이 떠나고싶은마음..
재미나게 읽어주시니 감사합니다.
어디 나가질 못해서 옛날 사진으로 글을 쓰고 있는데
같이 사는 그녀가 근처의 양수리에 나가 점심을 사주는 바람에
이 사진하고 글을 건져가지고 왔어요.
정말 물결이 뱃전을 두드리는 소리가 퉁탕탕하고 들리는 바람에 갑자기 생각이 났지요.
자식들 애좀 써봐라.ㅋㅋ 넘 웃겨요^^
언젠가 저도 저런배를 노저어보고싶어요.
영화속의 주인공처럼 분위기있게.^^
유람선이나 보트로는 그 느낌이 안나잖아요.ㅋㅋ
연인들은 역시 조런 배를 타줘야…
근데 저런 배는 노젖기가 무지 힘들어요.
완전 막노동 수준! 게다가 기술도 좀 필요하고.
위험해서 그런지 유원지에서도 저런 배는 잘 취급을 안하더라구요.
거의 발로 페달밟아서 하는 그 백조 보트가 대부분.
이거, 뭐, 무슨 세발 자전거 타는 어린애도 아니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