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오면 매일 가던 익숙한 길도
맨처음가는 길이 된다.
아직 사람들의 발자국이 찍히기 전이라면
그 첫길의 느낌은 더더욱 말할 것도 없다.
내가 수없이 오갔으며,
앞으로도 수없이 오가야할 길이
눈으로 하얗게 덮인 날엔
언제 그 길을 가본 적이 있었냐는 듯이 맨처음가는 길이 된다.
하얀 눈길에 섰을 때,
마음이 설레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누구에게나 모든 것의 처음이 있었을 것이다.
사랑의 처음이 있었을 것이고,
아이를 낳았을 때, 아이 얼굴을 대면한 첫순간이 있었을 것이다.
그 처음만큼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순간도 없다.
그러나 매일매일이 처음의 반복일 순 없다.
그 처음은 곧 어제가 되고, 그제가 되며,
오래 살다보면 이제 그 처음은
가끔 우리에게도 처음이란게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흐릿해지고 만다.
처음이 그렇게 흐릿해지면 마음이 춥고 쓸쓸해진다.
그때쯤 계절도 춥고 쓸쓸해진다.
그러나 그 계절엔 눈이 있다.
눈이 오면 매일 다니던 길이 하얗게 덮히고,
그러면 그 길은 이제 난생 처음가는 길이 된다.
눈길을 밟고 길을 가는 우리는 알고 있다.
그 길이 매일다니던 어제와 그제의 그 길이란 것을.
눈은 그 길의 어제와 그제를 덮어
우리들을 그 길의 처음으로 데려다 준다.
그 길에선 사랑도 처음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그 길에 서면 우리는 깨닫는다.
우리의 처음이 그 길에 그대로 있다는 사실을.
눈은 길을 덮어 어제와 그제를 지워버리지만
그렇게 눈이 길을 덮으면
그 앞엔 우리들 사랑의 처음이 흰 주단처럼 깔린다.
그러니 올겨울의 어느날,
뉴스의 말미에 덧붙여지는 일기 예보에 눈소식이 있거든
눈이 많은 강원도로 떠나 어디 호젓한 곳의 눈길을 찾아내고,
어디 한번 그 길을 걸어보시라.
그러면 당신은 당신 사랑의 처음처럼
그 길에서 한동안 마음의 설레임을 갖게 될 것이다.
2 thoughts on “눈길”
눈과 사랑이란 두 단어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친구가 있어요.
스무살 무렵이었는데 좀 나이 많은 남자를 사랑했죠.
눈이 펑펑 쏟아지더날 하염없이 손잡고 걷기만 했다던 얘기며
뭐가 그리 힘든지 늘 울고 불고했던 사랑이야기.
저로선 이해할수 없었는데.^^
왜냐하면 제게 그 나이의 사랑은 꽃이 마구 마구 피어날듯
이쁘기만한게 사랑이란 감정이었는데 그앤 너무도 힘들어해서.^^
눈길보면 그애가 생각나요.
결국 헤어졌다는 얘기도..
난 눈오면 꼭 그 영화 <러브 스토리>가 생각나요.
제니퍼가 그 무슨 공원의 눈밭에서 뒤로 넘어지며 웃던 장면하고…
그때 나오던 곡, Snow Frolic 도 참 좋아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