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그린 그림을 찾아서

Photo by Kim Dong Won
2006년 12월 17일 강원도 내촌에서


눈오는 날엔 역시 강원도에 가야 합니다.
산도 아니고, 강도 아니고,
그냥 어느 한적한 마을을 찾아가면 됩니다.
내촌이나 상남, 또는 현리 정도면 좋겠지요.
평상시에 가도 한적한 마을이지만
눈올 때는 더더욱 오가는 차량이 뜸합니다.
물론 위험하기 짝이 없습니다.
온통 눈길인 데다가 다니는 차들도 별로 없으니
눈을 금방금방 치우질 못합니다.
길이 아주 매끄럽죠.
마을의 차들은 그런 길을 체인도 감지않고 잘도 다닙니다.
서울차들은 어림도 없지요.
아직 감기를 깨끗이 털어내지 못한 그녀를 꼬드겨서
강원도의 내촌에 다녀왔습니다.
체인을 치고 고개를 넘었는데도
내려가던 길에 중간에서 길을 한바퀴 빙그르르 돌아야 했습니다.
마을의 차가 멀리서 서서
우리가 다시 중심을 잡을 때까지 기다려 주었습니다.
차의 사람들이 웃습니다.
길옆에 서 있던 마을분들도 웃습니다.
저희도 인사를 하며 웃었습니다.
“브레이크를 잡으면 안돼요.”
그 분들이 알려주었습니다.
그런데도 멀찌감치 사람이나 차가 나타난다 싶으면
일찌감치 브레이크를 잡아주지 않을 수 없어
차가 돌아간 경우가 두 번이나 더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그 위험을 무릅쓰고 눈온 날엔 자꾸만 강원도에 가고 싶습니다.
그건 눈이 내리면 그냥 지나치던
평범했던 마을 풍경이 순식간에 그림으로 바뀌기 때문입니다.
어쩌다 바람이 불면 숲의 나뭇가지 위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던 눈이
일제히 하늘로 하얗게 날아오릅니다.
그러면 산자락 아래로 밭을 끼고 있는
흔하고 평범한 한 산골 풍경이 그림이 됩니다.
눈온 날, 강원도 내륙의 깊숙한 곳으로 찾아가는 것은
바로 그 그림을 찾기 위해서지요.
이번에도 눈발을 헤치면서 강원도의 내촌으로 들어갔을 때,
그곳에 내가 찾던 바로 그 그림이 있었습니다.
원래는 그림이 아니었으나,
눈온 날 그림이 되는 곳,
바로 그곳을 찾고 싶어 눈온 날은 강원도에 가고 싶습니다.

Photo by Kim Dong Won
2006년 12월 17일 강원도 내촌에서

13 thoughts on “눈이 그린 그림을 찾아서

  1. 저처럼 추위에 약하고 게으른 자에겐 허락되지 않는 사진입니다!
    추위보단 오히려 따뜻할지경이군요.
    평화롭고 온화한 풍경이좋아요~

    1. 바다에 가서 바닷물이 정말 찝질할까 한번 맛보듯이,
      같이간 그녀가 눈을 손에 들고 맛을 보며 “정말 차네” 한 적은 있었어요.
      찰 것 같지 않다면서.

  2. 와~~정말 산수화 같은 느낌이에요.^^
    밑에 사진 그대로를 스케치하면 산수화처럼 그려지려나..ㅋㅋ
    그나저나 감기를 떨어내지 못한 그녀를 꼬드긴것도 그렇고
    차가 도는데 웃음이 나와요? 에구..^^

  3. 화가 보다 더 우리 자연의 구석구석을 잘 표현하는
    동원님의 부지럼과 예지력에 그저 감탄할 뿐 입니다.

  4. 강원도 내촌설경 너무 멋집니다.^^
    추억과 기억이 묻어나는 우리의 정서가 살아있는
    농촌풍경이군요.
    자연이 그린 작품앞에 서면 위대함에 그저 겸손해질 뿐 입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