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해가 가네

Photo by Kim Dong Won


올해도 또 한해가 가네.
올해는 한해의 마지막 날이 노는 날이라 새빨갛게 한해가 가네, 마치 거짓말처럼.
하루하루를 하나하나 이어붙여
한해의 마지막날까지 왔다고 생각하니 너무 지루해.
365개의 하루라니.
그 많은 하루하루로 한해를 엮어놓으니
올 한해를 낚은 세월의 그물이 너무 촘촘해 보여.
하나 둘 셋 넷… 그물코가 365개라고 생각하니 더 답답하군.
내년도 또 이렇게 하루하루를 촘촘하게 엮어가며 한해를 살아야 하는 거야?
지루하고 답답하게 사는 건 정말 싫은데,
뭐, 좋은 방법이 없을까.
그래 그래, 그물코를 넓혀 보는 거야.
하루하루가 아니고 한 주 한 주로 그물을 엮어보는 거지.
오호, 요거 좋은데.
올 한해의 마지막이 갑자기 17, 24, 31로
개구리 점프하듯 팔딱팔딱 뛰면서 가고 있군.
그래그래 하루하루 사는 것보다
요렇게 사는 게 더 낳을 것 같아.
하루하루가 모두 숭숭 빠져나가도록
그물코가 아주 넓은 그물을 세월의 바다에 던지고
일주일에 딱 하루만 건져올리면서 한 해를 사는 거야.
그래, 생각해보니 다리도 그냥 다리보다
징검다리를 건널 때 좀더 재미있었던 것 같아.
간격이 넓었다 좁았다 하면 더 재미나겠지.
하루하루 다 잡아 올려 하루의 씨를 말리지 말고,
그냥 코가 넓은 걸로 그물을 쳐서
일주일에 딱 하루만 건져 올리면서 살자구.
하루하루 지루하게 가다가
올해의 마지막날,
갑자기 팔딱팔딱 뛰어가기 시작한 2006년이여,
하루하루 지루하고 지겨웠던 2006년이여,
내 지겨움이 서운하더라도 부디 뒤돌아보지 말고
한달음에 팔딱팔딱 뛰어서 기억의 저편으로 후딱 가버리시라.
안녕이다, 2006년이여.

5 thoughts on “또 한해가 가네

  1. 몇시간 후면 2006년과 정말 안녕이네요
    한해 잘 마무리하시고
    내년에는 더욱 멋진 한해 만드시길 바래요
    새해 복 많이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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