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야, 나무야, 왜 바람이 훑어갈 때
그 손에 네 나뭇잎을 모두 다 넘겨주지 않았니?
바람은 네가 넘겨준 나뭇잎을 나무 밑동에 모두 모아
마치 이불처럼 따뜻하게 덮어주고 갔더구나.
바람의 걸음이 너무 빨라 미처 그 뒤를 따라가지 못한 나뭇잎은
결국 길을 잃고 거리를 이리저리 뒹굴기도 하더구나.
빨리빨리 따라오라는 바람의 채근이
어지간히도 성가셨나 보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단다.
하지만 낙엽이 구르는 거리는
아직도 가을이 사각대는 소리로 남은 듯하여
때로는 그 풍경이 좋기도 했단다.
근데 나무야, 나무야, 바람이 지나갈 때
물기없는 그 바싹마른 나뭇잎을 왜 바람의 손에 모두 넘겨주지 않았니?
여기저기 가지에 휘장처럼 매달아 놓은 나뭇잎 몇 개를 보니
문득 왜 그 몇 개의 나뭇잎을 굳이 바람에게 건네지 않고
네 품에 간직한채 겨울을 나는지 그게 궁금해 지더구나.
나무야, 나무야, 왜 그 나뭇잎들은
바람의 손에 딸려 겨울의 대지로 보내지 않았니?
–내가 나뭇잎 몇 개를 남겨놓은 것은
그것으로 봄을 부르는 손짓으로 삼으려구.
나뭇잎을 모두 바람의 손에 쥐어 겨울로 보내면
남는 건 그냥 나무 줄기 뿐이잖아.
나무 줄기만 남으면
나는 손을 주머니 속으로 깊이 집어넣고
발끝을 세운채 오들오들 떨면서
겨울을 나게 되지.
그건 생각만해도 너무 춥지 않아?
그래서 나는 나뭇잎 몇 개를 남겨놓고
그것으로 봄을 부르는 손짓으로 삼기로 했어.
그것뿐이 아니야.
봄이 왔을 때 따뜻한 바람결에 실어 그 나뭇잎 몇 개를 흔들면
새로 나는 싹과 꽃을 얼마나 반갑게 맞아줄 수 있다구.
그러니 겨울이라고 너무 움츠러들지 말고
가끔 주머니에서 손을 꺼내 나처럼 바람 속에 흔들며
봄을 부르는 손짓으로 삼아봐.
아님, 내가 봄을 손짓할 때, 내 곁에서 함께 흔들어 보던지.
어때, 재미나지?
11 thoughts on “나뭇잎”
감기는 아직 안 걸리고 임박설만 나돌고 있슴니……
새해에 동원님과 구통통여사님도 좋은여행
많이 하시고 소망하시는 일 이루시길 원합니다.
앗, 누님께서 감기 걸린 걸 제가 선생님이 걸린 걸로 착각을 했네요.
그래도 다행이지 뭐예요.
선생님도 올해 좋은 그림 많이 그리시길 빌께요.
글 표현 너무 멋집니다.
일상의 풍경이 심오한 풍경으로 바뀌었군요^.^
감기는 좀 낳으셨어요?
누님께서 일러주시길 아주 심하다고 하던데…
아니, 무슨 감기 막차를 타고 그러세요.
그런 차는 안타도 되니 다음부터는 그냥 건너뛰세요.
저희는 겨울초에 이미 한바탕 겪었어요.
두통에서 시작하여 목으로, 어깨로 온몸을 한바퀴 돌고 끝나더라구요.
감기 막차에서 빨리 내리시길 빌어요.
매일 뭘 낳냐.. 그렇게 일러줘도…쯧쯧…
샘이 감기걸리신게 아니고 선옥언니가 걸리셨다고 했건만…ㅎㅎ
샘, 새해는 하는 일 모두 잘 되시고, 건강하시고,
행복하고 좋은 일들이 가득하시며,
멋진 작품 기대하겠습니다.
샘과 언니 두 분 모두 행복하세요~~^^
^^
바람에 잎을 다 떨군 나무는 외로워보이기도…..
봄을 부르는손짓…
표현에 아름움..놀랍습니다.
이련에게도 새싹이 돋듯 봄의 햇살 찾아올테죠^^*
^^
따뜻한 봄은 누구에게나 오는 거니까요.
사진 속에 나뭇잎이 잘 안보여~
주렁주렁 여러 개인데 왜 안보일까…
보이긴 보이는데 잘 안보인다구…ㅎㅎ
그럼 괄호하고 한마디 덧붙일까.
(나뭇잎이 몇개나 되는지 찾아보세요)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