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이긴 했지만
난 항상 그림자를 길에 끌고 다녔다.
그림자는 언제나 내 발끝에서 수평으로 꺾여
길에 끌려다녔다.
어쩌다 내가 계단 옆에 서는 날이면
그림자는 계단의 난간을 따라 차곡차곡 몇번이나 허리를 꺾어야 했다.
발끝에서 꺾여 까맣게 길을 쓸고 다니는게
나를 따라올 때 내 그림자의 숙명이었다.
난 모든 그림자의 숙명은 그렇다고 생각했다.
눈이 내린 어느 날,
팔당의 한강변에 나갔다가 물에 비친
나무 그림자를 보았다.
나무 그림자는 물 속으로 다리를 곧게 뻗고 있었다.
길은 내 그림자에게 몸을 꺾어 길을 쓸고 다니는 숙명을 요구했지만
강물은 그림자를 꺾지 않았다.
나무는 강물 속으로 그림자를 곧게 뻗을 수 있었으며
나무가 그림자를 뻗자
강은 잔물결을 일으켜 나무 그림자를 자근자근 주물러 주었다.
가끔 강에 가서 서 있다가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7 thoughts on “물은 그림자를 꺾지 않는다”
가끔 경주의 논길을 걸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저도 뭐 그런 거였어요. ^ ^
하나하나 글에 대한 애정이 대단하세요.
요즘 곳곳에 동원님 트랙백 따라다니며
읽는 재미가 솔솔합니다.
이번엔 댓글 대신에
트랙백으로 이야기 들려주셨네요.
할 일없이 가로수길을 거닐고싶은 월요일 오후예요.
이번에 서버 옮기고 가장 좋아진게 트랙백이 정상이 된 거예요.
전 비슷한 글들을 이렇게 연결해서 보는 걸 아주 좋아했거든요.
근데 새로운 블로그 중에는 트랙백을 없애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어요. 이게 스팸의 통로가 되곤해서 그러죠.
저도 마음이 복잡할때면 나가서 앉아있을수 있는 강물이 근처에 있었음 좋겠어요.
근데 작은 냇물조차 없네요.^^
앉아서 물결을 바라보기만해도 좋을것같고
더 속상한일 있음 펑펑 울어도 다 들어줄거같은데.
기분이 좋은날은 남편이랑 앉아서 이얘기 저얘기 하고싶기도 할 강이 있었으면.^^
대신 바다가 가깝지 않나요?
군산이 가까워서 바다가 그리 멀지 않을 것 같은데…
저희는 사는데가 한강이 가까운 건 정말 좋은 거 같아요. 미사리, 팔당, 퇴촌의 한강변은 차를 끌고 가면 금방 나오거든요. 천호동 한강변은 자전거 타거나 걸어서도 갔다가 오죠. 서울의 한강은 밤12시에 나가도 되니까 그건 좋은 거 같아요.
나무가 물 안마를 받고 있는거네^^
참 부드럽겠다. 간지럽고^^
사진을 다시 보니 물결이 그다지 선명하질 않네.
부드럽게 그림자를 쓰다듬어 주었다고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