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해가 뜨고 해가 지면서
하루하루가 똑같이 반복되는 것 같은데
강변으로 나가보면
나갈 때마다 저녁 낯빛이 다릅니다.
내 경우엔 집에 있을 때는
그날그날 저녁 낯빛이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며
하루를 마무리하는게 쉽지 않습니다.
내가 사는 집은 나트막한 2층집이어서
주변의 높다란 건물들이 주위를 모두 가로막고
저녁과 눈을 맞댈 기회를 주지 않는데다가
집이 사무실을 겸하고 있어
대개의 경우 집에 있을 때는 저녁 시간에도 일을 하고 있기 일쑤입니다.
나만 그럴 것 같지는 않고
이 도시를 사는 모든 사람들이 그럴 것 같습니다.
김언의 시 <해바라기>를 읽다보면
“빌딩들이 앗아가버린 저녁”이란 글귀를 만나게 되는데
이 도시에선 정말 저녁을 빌딩들에게 빼앗긴지 오래입니다.
그래서 저녁이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고
하루를 보내 버리는게 보통이지요.
그렇게 살다보면 가끔 목안의 갈증이 심해지고,
그건 아무리 자주 물로 축여주어도 해갈이 되질 않습니다.
그때쯤이면 어디 가까운 강변으로라도 나가 보아야 합니다.
오늘(2007년 1월 16일) 그렇게 하여 두물머리로 나가
저녁과 마주하고 강변에 섰습니다.
사실 저녁을 보내는데 있어 강변만한 곳이 없습니다.
강은 산과 달리 저녁 낯빛에 쉽게 물드는 데다
또 깊이 물들기 때문입니다.
저녁빛이 강물 속으로 깊이 물들면
강은 아주 그윽해 집니다.
오늘의 저녁 낯빛은
어느 여름날 이곳에 들렀을 때와는 많이 다르더군요.
낯빛은 다르지만 저녁빛에 물든 강은 푸근했습니다.
물론 내 마음도 푸근했구요.
또 오늘의 저녁빛은 강에 잡힌 살얼음 위를 미끄러져
물속에서 자맥질을 하기도 하더군요.
그것도 보기에 좋았습니다.
저녁이 되면 하던 일을 모두 접고 강가로 나가,
항상 저녁해를 배웅하고,
그렇게 하루를 보내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삶의 가장 큰 풍요는
매일매일 나를 찾아와서 하루 종일 내 곁에 머물다
저녁 무렵 그 하루가 내 곁을 떠나려 할 때,
강가에 서서 낯빛이 고운 그 저녁을 배웅해주는
잠깐의 여유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6 thoughts on “저녁빛”
저녁빛은 사람 맘을 참 묘하게 하지…
해지는 쪽에 사는 사람들에게 우울증이 많다고 하던데…
아마도 저녁빛이 만들어내는 그 묘한 기운 때문이겠지.
한내에 살고 있는 나의 선배가 보고 싶네…^^.
오늘은 내가 찍은 사진도 올려놔야지.
저녁 노을이 꼭 좋은 이미지로만 쓰이는 건 아닌 거 같아. 밀란 쿤데라는 “저녁 노을에 비치면 모든 것은 향수의 유혹적인 빛을 띠고 나타난다. 단두대까지도 그렇다”는 얘기를 했다고 해. 나쁜 과거도 다 그립게 만든다는 얘기지. 어떻게 보면 저녁빛은 향수의 정서를 자극하는 거 같아. 언젠가 축구보고 새벽에 갔던 것처럼, 일 끝나면 매일 새벽에 어딘가를 한번 가보자. 새벽빛은 그 느낌이 저녁빛과는 크게 다를 거 같아.
지나쳐가는 흔하디 흔한 일상속에서도
누릴 수 있는 감동의 풍요로움은 눈을 닫고 있지만 않으면 많은거 같아요
며칠 전 양양에 갔다가 일출을 봤는데
어후~~ 목이 메일정도의 감동을… 눈물 찍!
너무 아름다웠어요.
양양이면 낙산사 있는 곳이네요.
동서울에서 한계령가는 버스가 있는데 한계령에서 사람 내려주고 오색을 거쳐 양양으로 가지요. 양양은 남대천이 바다로 흘러드는 곳이라 상당히 아름다워요.
나도 그곳엔 몇번 놀러갔었어요. 낙산해수욕장의 바다엔 매일 바닷가에서 투망을 던져 고기를 잡고, 그걸 사람들에게 그냥 나누어주는 할아버지가 있는데…
정말 살다보면 해 하나 뜨고, 해 하나 지는게 왜 그렇게 감동적인지… 소중한 걸 매일 끼고 살면서도 그걸 모르고 사는게 인생인 듯.
제가 사는 이곳도 아름다운 저녁 노을을 보는일은 흔치 않은곳이에요.
그런데 가끔 외출했다 돌아오는중 유난히 붉고 아름다운 노을이 지는 방향을 발견했을땐 아…저런 노을을 매일 저녁 바라볼수 있는곳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원래 새벽 풍경이 더 좋는데… 물안개 올라오구 해서… 요즘은 아침 일찍 일어나질 못해서… 며칠전에도 물안개 끝내줬다고 하더군요. 언제 그거 찍으러 가야 하는데 일이 잘 풀리질 않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