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Photo by Kim Dong Won
2006년 9월 16일 올림픽 공원내 페이퍼테이너 뮤지엄 전시회에서


어제 당신은 까만 신발을 신고 나왔더군요.
한낮의 거리를 걷는데도
당신의 발엔 별을 품은 밤하늘처럼
어둠이 까맣게 빛나고 있었어요.
오늘 당신이 신고 나온 신발에선
금빛 잔물결이 일렁이고 있더군요.
당신이 거리를 돌아다니는 동안
그 금빛 잔물결은 당신의 걸음을 따라 끊임없이 흔들리고 있었지만
그래도 물 한방울 바깥으로 튀지 않았습니다.
신발을 벗으면
당신의 발은 어제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아마 그제도 당신의 발은 오늘과 별로 다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루 이틀 사이에 달라질게 뭐가 있을라구요.
그렇게 당신의 발은 똑같은데
당신은 그 똑같은 발을 매일매일 다르게 담아냅니다.
아마 당신이 어느 날 운동화를 신고 나타난다면
그날 난 당신의 발에서 날아갈듯한 경쾌함을 보게 될 것 같습니다.
푸른 샌들이라면
하루 종일 당신의 발목을 간지르며 놀던
지난 여름의 바닷가를 떠올리게 될지도 모릅니다.
당신은 신발을 신을 때나 옷을 입을 때는 참 까다롭습니다.
처음엔 그걸 겉만 치장하는데 급급한 허영기로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당신은 신발을 신고 옷을 입을 때
그냥 신고 걸치는 게 아니라
당신을 담아내고 있었습니다.
내일은 또 당신이 당신을 어떻게 담고 나올까 궁금해 집니다.
신발은 벗어던지면 그만인 허울뿐인 껍질 같은 것으로 생각했는데
당신에게 신발은 당신을 새롭게 담아내는
당신의 또다른 몸이었습니다.

Photo by Kim Dong Won
2006년 9월 16일 올림픽 공원내 페이퍼테이너 뮤지엄 전시회에서

4 thoughts on “신발

  1. 밑에 구두는 엄청 굽이 높네요?^^
    저런 구두는 어떻게 신을까.ㅋㅋ
    전 조금만 높은거 신어도 비틀거려서 불안해요.^^
     
    어릴때 이런 겨울이면 부츠 신은 아이들이 무지 부러웠어요.
    저희집은 가난해서였는지 일년내내 운동화였는데
    반에서도 특히 부자였던 아이들은 부츠를 신고다녔죠.
    그게 어찌나 따뜻해보이고 부럽던지..
    저애들 발은 따뜻하겠구나..난 이렇게 발이 시려운데..하면서
    부러워했어요.^^
    그래서인지 유난히 이쁜 부츠만 보면 집착하게되네요.ㅋㅋ
    지금 부츠가 네켤레에요.^^
    근데 그게 발목이 좀 따뜻할 뿐이지 추운날은 똑같이 발 시렵다는거.^^

    1. 신발이 아주 가파르네.
      평지를 걸어도 가파른 길을 썰매타고 내려가는 기분이 아닐까.
      여자들 거는 예쁘기는 한데 전부 힘이 드는 것들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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