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나는 꽃잎이 열 개라고 생각했습니다.
열이라고 생각했을 때는
꽃잎 하나하나가 모두 제 삶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건 열 개의 삶이었습니다.
그러나 다시 보았을 때,
꽃잎은 마치 짝을 짓고 있는 듯 보였고,
그래서 나는 꽃잎이 다섯 쌍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둘씩 짝을 맞춘 꽃잎은
바싹바싹 당겨앉는 느낌이었습니다.
하나의 꽃에서
꽃잎 하나하나가 만드는 열 개의 이야기,
둘이 만드는 다섯 개의 이야기가 피어납니다.
하나의 이야기를 말할 때,
꽃잎은 다들 내게 눈을 맞추더군요.
난 열 개의 꽃잎과 모두 눈맞추고 그들의 얘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다섯 쌍이라고 생각하니
둘의 이야기는 둘만의 속삭임이 되어버렸습니다.
둘은 저희끼리만 눈을 맞추고 내게는 눈길 한번 주지 않았습니다.
저희 둘만 속닥거려서
얘기는 귀를 세우고 엿듣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어이구, 저리도 좋을까 싶었지만
나도 둘일 때는 저렇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2 thoughts on “열과 다섯 쌍”
참 작고 수수한 꽃이네.
참 예쁘다. 나도 저런 사진 좀 찍어보고 싶다.
작은 파인더로 들여다보면 정말 꽃잎이 나에게 말을 거는 것 같더라.ㅎㅎ
요건 사실 무지 작은 꽃이다.
그래서 꽃부분만 잘라내서 좀 크게 보이도록 한거다.
원본이 워낙 크다보니까 그게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