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과 물

Photo by Kim Dong Won
2006년 12월 31일 미사리 한강변에서


얼음은 물의 침묵이다.
물이 입을 굳게 닫고 마음을 돌리면
그것이 바로 얼음이다.
우리도 그럴 때가 있다.
마음이 상하면 등을 돌리고 얼음장처럼 굳어진다.
물은 그에 비하면 말이 많다.
그릇에 담아놓은 물이
제 혼자 입을 여는 법은 없으나
물이 높이를 얻은 뒤
그 높이를 타고 흐르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수다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계곡에선 특히 그 수다가 요란하다.
그러다 높이를 모두 버리고 나면
물은 조용히 깊어진다.
그때의 물은 비록 말은 없으나
마음을 돌린 것은 아니다.
마음을 돌리고 입을 굳게 다문 물,
그러니까 얼음도 그 삐침이 그다지 오래가진 않는다.
봄이 오면 얼음의 돌아선 마음도 풀릴 것이다.
물은 그렇듯 때론 마음을 닫고 돌아서 차가운 얼음장으로 굳어지며,
때론 수다로 요란하고,
때론 스스로 깊어져 조용히 생각에 잠긴다.
물이나 우리나 크게 다를 것이 없다.
물처럼 흐르다 얼음처럼 굳어질 때가 있을 것이나
물처럼 풀어지면 될 일이다.

Photo by Kim Dong Won
2006년 11월 9일 팔당 양수리에서

2 thoughts on “얼음과 물

    1. 그래도 저기선 수영하지 마세요.
      조긴 팔당이라 상수원 보호구역이예요.
      수영하다 걸리면 엄청난 벌금 물어요.
      그런데 말이 상수원 보호 구역이지 물이 너무 더러워서 도저히 들어갈 수가 없어요.

      의외로 수영 못하는 사람들이 많네…
      저는 완전히 물개 수준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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