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강

Photo by Kim Dong Won
2006년 2월 7일 미사리 한강변에서


여름에 강은 물의 길이었습니다.
물이 항상 강의 아래쪽으로 흘러가고 있었죠.
그때 강에는 오리들이 많았습니다.
아, 가마우지도 가끔 눈에 띄곤 했습니다.
오리나 가마우지는 강을 헤엄치며 스스로 길을 열어가곤 했습니다.
물이 얕은 강변에선
황새들이 그 긴다리로 정강이쯤 차는 물의 깊이를 재보며
이곳저곳을 걸어다녔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새들에게 강은
그들의 길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다 겨울이 되면 물이 얼고,
그러면 강의 한 중간까지 얼음이 하얗게 길을 열어 주었습니다.
사람이 다니기엔 너무 얇아
얼음의 길 위에 사람의 발자국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새들은 너끈히 다닐 수 있는 길이었습니다.
강의 한가운데,
물결이 슬쩍슬쩍 넘보는 그 얼음의 길 경계끝에
새 한 마리가 서 있었습니다.
강의 한중간으로 뻗어간 얼음의 길 위에 서서
그 길의 아래쪽으로 빠져나가는 물의 길을 바라보고 있었죠.
새는 그 얼음의 길을 여기저기 걸어다녔습니다.
겨울에 얼음이 길을 열어주면
강의 한중간도 새의 길이 되곤 했습니다.
겨울이 춥고 스산한 계절이긴 하지만
얼음의 길을 걷고 있는 새를 보면
없던 길이 열리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겨울의 한가운데를 지나면서
우리는 벌써 마음을 봄의 기대로 잔뜩 채워놓고 있지만
강의 한가운데를 걸어다니던 그 새는
가을이 깊어질 때쯤
겨울에 열릴 하얀 얼음의 길을
우리의 봄처럼 기다렸는지도 모릅니다.

Photo by Kim Dong Won
2006년 2월 7일 미사리 한강변에서

6 thoughts on “겨울강

    1. 가마우지는 무슨 가마우지야.
      가마우지는 무지 커.
      저건 이름모를 새지.
      그냥 가마우지랑 오리는 물에서 헤엄치며 놀 수 있다는 얘기지.

    2. 이크… 가마우지가 아니구나…^^
      난 쟤가 정말로 걷는게 신기해서…
      사진을 크게하고 보니 정말로 다리를 쫙~ 벌리고 걷고 있네… 가비얍게.

    3. 가마우지는 흔하게는 볼 수 없는데
      재수 좋으면 잠실 수중보 있는데서 볼 수 있어.
      가마우지는 새가 시커멓고 잠수를 아주 잘해.
      오리도 잠수를 잘하지만.
      나도 가마우지는 잠실에서 딱 한번 봤어.
      길이는 50cm 정도 된다고 생각하면 돼.

  1. 새들은 어디나 갈수 있어서 좋겠어요.
    근데 겨울새들은 너무 가엽더라구요.
    차가운 나뭇가지 이곳 저곳을 옮겨다니며
    울고있는거보면 어떻게 견딜까싶고.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