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잎은 여름 햇볕을 엮어 색을 그려냈습니다.
불꽃처럼 붉은 색이었죠.
그 색은 가을을 화려하게 수놓았습니다.
모두가 그 잎을 단풍나무의 것으로 생각했지만
단풍나무는 잎은 자기 것이 아니라는 듯
가을 끝무렵에 모든 잎을 지상으로 털어냈습니다.
지상으로 가는 나뭇잎에
붉은 색을 함께 쥐어보내는 것도 잊지 않았죠.
그래서 지상에 떨어진 단풍잎도 여전히 붉었습니다.
오늘 단풍나무 밑을 지나다 보니
가을날 잔디 밭에 누워 한없이 붉었던 그 단풍잎이
색을 모두 내놓은 채 탈색된 빛깔로 햇볕을 쬐고 있었습니다.
색은 단풍잎의 것으로 생각했으나
단풍나무가 자기 것이 아니라는 듯 잎을 털어내더니
단풍잎도 자기 것이 아니라는 듯
색을 내리는 비에 흘려보내고
지나는 바람에 나누어준 것이었습니다.
가을엔 단풍나무가 잎을 털어내 지상으로 돌려보내더니
겨울엔 단풍잎이 색을 비와 바람에 흘려보내고 있었습니다.
4 thoughts on “단풍의 가을, 그리고 겨울”
아….
이 절묘한 앙상불이여……
그리고 님의 사색의 내레이션이여…..
그대로 하나의 아름다운 시가 된다 싶습니다.
미국쪽에 계신 듯한데… 어디쯤 사시는지?
시는요, 뭐.
시를 즐겨 읽는 정도입니다.
아, 그리고, 만나서 술먹는 아는 시인들은 많아요.
묘하게 같은 단풍같다는…설마 같은 단풍???
단풍은 다 그 단풍이 그 단풍 같던데요, 뭘.
한강을 사이에 두고 하나는 북쪽에서, 하나는 남쪽에서 촬영한 것이까 바람을 타고 날아가기도 어려웠을 듯.
그치만 혹시 한강물 얼었을 때, 미끄럼타고 건너간 것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