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따뜻한 햇볕의 나른함으로부터 온다.
여름은 역시 지천으로 넘쳐나는 진초록의 세상이다.
어디서나 생명감이 넘친다.
그럼 가을은 무엇으로부터 오는가.
가장 먼저 우리의 뇌리에 떠오르는 것은 역시 낙엽과 단풍이지만
그 전주곡은 푸른 하늘의 아득한 높이와
그 하늘을 수놓는 흰 구름이 아닐까 싶다.
가을이 지척으로 다가오면서
여름내내 우리의 머리밭을 짓누르듯 느껴지던 하늘이
드디어 아득한 높이를 얻기 시작하고,
그 빛은 눈이 시리도록 푸르러진다.
그리고 그 푸른 화폭에 구름이 흰색 하나만으로 문양을 새긴다.
그러니까 가을의 하늘은 푸른빛과 흰색의 단 두 가지 색으로 그림을 그리는 셈이다.
첫 일곱 장의 사진은 9월 8일 벌초하려 강원도 영월에 내려갔다가 그곳에서 찍었고,
나머지 네 장의 사진은 9월 11일, 팔당의 예봉산을 오르며 찍었다.
오늘은 산에 하늘이 한가득 담겼다.
산의 나무들이 하늘을 쪽쪽 빨아마신다.
초록에 푸른 빛이 섞여들면 그게 붉고 노란 단풍으로 물드는 것인가.
욱일승천.
구름아, 구름아, 네 높이도 아득하거늘, 어디로 그렇게 높이높이 올라가는 거니.
야, 구경가자!
저 산너머에 볼만한 거 있다더라.
어디 어디!
때로 산이 구름을 쏘아올리기도 한다.
이건 누구의 치맛단일까.
용의 승천.
역시 하늘은 지그재그로 날아오르는게 훨씬 멋있어.
착륙 준비.
음, 오늘은 어느 산으로 내려가 앉을가나.
구름이 하늘을 둥둥 떠간다.
하늘은 넓고 높다.
하늘이 푸른 높이를 아득하게 펼쳐들면
지상에 붙박힌 우리의 가슴도 속이 트인다.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들 또한 구름이 되는가 보다.
구름의 위쪽은 항상 맑음이라는 말이 있지만
구름의 아래쪽이라고 항상 흐림은 아니다.
순백의 구름이 햇볕을 가려주면
햇볕은 그 빛의 줄기를 뻗어
순식간에 구름의 경계를 벗어난다.
그러면 그 밑의 우리들은
잠깐 동안 화려한 레이저 쇼를 즐긴다.
빛이 무엇을 만나면 흔히, 빛과 그리고 그림자로 엮이지만
빛이 구름을 만나면
빛은 줄기가 되어 뻗어나가고,
구름은 그림자가 아니라 달콤한 솜사탕이 된다.
지구의 3분의 2는 바다라는데 우리는 그것을 잊고 산다.
잊고 산다니보다 사는데 바쁘다 보니 바다 구경할 여유도 없다.
살이 그럴 때 우리의 가슴은 더욱 답답해진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지구 위엔 지구만한 하늘이 있다.
때로 그 하늘이 바다가 된다.
가슴이 답답할 때면 날이 맑은 날 하늘을 한번씩 쳐다보며
그 답답함을 풀 수 있었으면 좋겠다.
6 thoughts on “하늘과 구름의 가을 전주곡”
한국의 가을 하늘은 정말 아름다운 것 같아요.
그냥 요즘은 하늘만 찍어도 하루 종일 좋은 사진이 나올 것 같은 날씨가 계속되네요.
넘 멋있습니다~~~^^;;;
등산하시느라, 또 좋은 사진 나누실려고 사진찍으시느라 조금 힘드셨겠습니다. 저도 예전에 설악산 갈때 카메라들고 갔다가 좀 힘들었는데…
그래도, 몇장 건지니까 나중에 또 가져가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밑에서 두번째 세번째 사진처럼 선녀라도 내려올듯 빛이 쏟아지는 모습 참 아름다워요.
저도 옥상에서 언젠가 그런 하늘을 본적있는데 지금가진 카메라로 그런 하늘을 담을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보게되면 꼭 찍고싶네요.^^
제 카메라는 조리개를 조일 수 있도록 되어 있어서
조리개를 많이 조이면 저런 효과가 나타나는데
예전의 제 카메라도 그냥 일반 카메라였는데 저런 빛의 효과를 잘 찍었던 것 같습니다.
한번 해보시면 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