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시인 이진명이 그가 쓴 글에서 아이 자랑을 내비친 적이 있다.
글의 내용으로 보면 시인은 친구들을 만나는 자리에만 나가면
“너희들 얼음 구워봤어?”라고 묻고 있었다.
시인의 얘기에 의하면 아이는 얼음을 전자렌지에 넣어 녹이는 것을 두고
“엄마, 얼음 구워줘”라고 했다는 것이다.
시인에게 아이의 그 한마디는 두고두고 즐거움이었다.
아이 키우면서 가장 큰 즐거움이 그게 아닌가 싶다.
아직 세속의 규제를 받지 않는 시기인데다가
경험의 폭이 작다는 것이 오히려 말의 즐거움을 낳는 계기가 된다.
며칠전 알고 지내는 홍순일, 송선자 부부와 함께 산행에 나섰다가
그 부부의 아들 진표에게서 똑같은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다.
이상하게 아이들은 카메라를 들이대고 사진찍는다고 말을 하면
그때부터 차렷자세를 하고 정색을 할 때가 있다.
왜그럴까 생각해 봤는데
아이들이 가끔 60년대 스타일을 즐기고 싶은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우리가 그렇게 벗어나려고 한 60년대의 경직된 포즈를
그 시대를 훨씬 지나친 이 시대에
아이들에게서 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때가 있다.
토마토를 한입 베어물었다.
아니, 이게 토마토야, 아님 꿀맛이야.
음, 토마토가 바로 꿀맛이구나.
세상을 약간 삐딱하게 봐보세요.
세상이 달라보인다니까요.
어때요, 순식간에 세상이 즐겁죠.
진표는 그날 우리들을 두번이나 즐겁게 해주었다.
먼저 가파른 고개길을 올라가던 진표는 저희 엄마에게 이렇게 말했다.
–엄마, 신발이 가기가 싫다는데.
우리는 모두 배를 잡고 웃었다.
돌아오는 길의 차 속에선 오토바이가 굉음을 내며 지나가자
빨리 오토바이를 쫓아가자고 말했다.
왜냐고 물었더니 가서 오토바이 아저씨들에게
너무 시끄러우니까 좀 조용히 해주세요라고 말한다는 것이었다.
그 아저씨들이 싫다고 하면 어쪄냐고 했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럼 잘못했다고 말하지 않구요, 그냥 모른척하고 지나가요.
우리는 또 배를 잡고 웃었다.
2 thoughts on “진표, 아이들 세상의 그 즐거움”
티없이 맑은 어린 아이들의 사진처럼 이쁜게 있을까요.^^
명절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가을소리님도 즐거운 추석되세요.
대부분의 여자들에게 추석은 고달픈 시간이지만
청명한 날씨만큼 좋은 시간이 되길 빌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