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대교 지날 땐

Photo by Kim Dong Won
2006년 7월 14일 서해대교 지나며

서해대교 지날 땐,
꼭 하프곡을 한 곡 준비해.
다리에 진입하기 전에 미리 틀어서
하프음을 차속에 그득하게 채워둬.
그 다리는 사장교인가 뭔가 그렇다고 하더군.
다리 한가운데 커다란 탑이 서 있고,
촘촘한 쇠줄로 그 탑에 다리를 매달아 놓은 거래.
그렇지만 이젠 다리 한가운데 주탑밑을 지날 땐
그 촘촘한 쇠줄을 하프의 현으로 생각하기로 해.
그럼 다리는 통채로 거대한 하프가 되는 거지.
물론 연주자는 항상 바람이야.
다리가 아주 기니까 한곡은 충분히 감상할 수 있을 거야.
다리를 사이에 두고
하프 두 대가 주거니 받거니 연주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거 같아.
서해대교 지날 땐,
바람같이 달리는 데만 급급해 하지 말고
바람이 연주하는 하프곡을 들으며
여유있게 다리를 건너봐.

근데 피아노 속을 들여다 봤더니
누워있다는 게 다를 뿐,
그 속의 촘촘한 현들도 서해대교 한중간의 주탑 풍경과 비슷하더라.
그러니 피아노 곡을 한 곡 트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물론 이 경우엔 피아노를 수직으로 세워놓고 치는 아주 이상한 경우야.
그렇다면 다리 상판을 피아노 건반으로 생각해도 되겠군.
괜히 리듬탄다고 브레이크 밟았다 떼었다 하면서 박자를 맞추진 마.
그건 너무 위험한 짓이야.
그냥 매끄럽게 달려가.
피아노 건반을 주르륵 훑는다고 생각하면서.

Photo by Kim Dong Won
2006년 7월 14일 서해대교 지나며

9 thoughts on “서해대교 지날 땐

  1. 님의 사진들을 바라보노라면 자꾸만 캔버스에 유화로 그려내고 싶어져요.
    특히 얼음속에 묻힌 나무가지와 저 밑에 나무들 사진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듭니다…..하프 줄 같다는 님의 발상이 얼마나 신선하던지요.

    아…….하고 무릎을 치고 싶어지더라구요.
    저라면 바하 음악을 저 거대한 하프로 연주하는 것을 듣고 싶습니다.
    멋스러운 님의 사색들 아름답습니다…..

    1. 아마도 텍스트에는 능한데
      실제로 동경하는 것은 그림과 음악이어서
      그림을 못하다 보니 그건 사진으로 채우는 것 같고,
      음악은 아예 처다보기도 민망한 처지여서
      그냥 듣는 것으로만 만족을 하다보니
      (가끔 노래방가서 노래를 부르는데
      사람들이 노래로 생각질 않고
      무슨 고음불가의 특별 출연으로 생각을 한다니까요)
      자꾸만 사진과 텍스트가 그쪽으로 기울어지는가 봐요.

  2. 저런 다리를 보면…전 다리가 무너지는 재난영화나…킹콩이나 고질라…괴물이 나올거 같애요..
    전 봉준호과??
    ㅋㅋ

  3. 어떻게 찍으셨을까를 먼저 생각하게되네요.^^
    자전거로 지나다 찍으신건지 아님 차안에서 찍으신건지.^^
    김동원님이 하프줄을 연상하시니 그렇게 생각이되지 저같음
    어떻게 이런 거대한 다리를 세울까부터 상상할거에요.^^

  4. 커다란 악기에서 막 연주가 되고 있는 느낌이야^^
    그림 위에 마우스를 올려놓으면 커서가 손가락으로 바뀌잖어
    그걸 누르지 않은 상태에서 현 하나 하나를 켜니까 꼭 음악이 되는 것 같어.
    드르륵 긁어도 좋고…ㅎㅎ

    이 다리와 어울리는 곡을 하나 녹음해두자.
    그래서 서해대교를 지날 때 그 곡을 크게 틀어보자.

    1. 우리야, 뭐, 기타곡 하나 틀면 되지.
      기타줄이라고 생각하는 거지, 뭐.
      앞쪽에 길게 기타 애드립이 흐르는 Smoke on the water의 실황곡 하나 틀면 될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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